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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빠진 황당한 삼중수소 조사단

기사입력 | 2021-01-25 11:40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前 원자력안전위원

포항 MBC가 지난 7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추가 오염 우려’, 10일 ‘핵연료 저장수조 근처에 삼중수소 균열 가능성 조사해야’ 등의 기사를 잇달아 보도한 이후 월성 원전 안전성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이튿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조사로 시설 노후화에 따른 월성원전 폐쇄가 불가피했음이 다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한수원은 월성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터빈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 한 곳에서 일시적으로 71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발견 즉시 회수해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페이스북에서 ‘원안위도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삼중수소 논란은 원전 폐쇄를 주장하는 환경 단체와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증폭됐고, 원자력학계 전문가가 나서서 월성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 아주 미미함을 주장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원안위의 역할은 두드러지게 보도된 바 없었다. 원안위는 원자력의 생산·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 보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치된 국무총리실 산하의 행정기구다. 당연히 삼중수소 논란을 규명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책임지고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원안위의 존재 이유이고 사명이다.

원안위는 지난 18일에야 ‘월성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조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의외다. 보기에 따라 가관이다. 월성 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와 관련해 언론 등에서 유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심해지고 원전 인근 주민들과 일반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 과학적이고 명확한 확인 및 투명한 공개가 시급하므로 민간 전문가로 객관적인 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행정 및 기술 지원만 하고, 조사는 전적으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에 맡기고 자신들은 빠지겠다는 말이다.

이럴 거라면 원자력안전위원(정원 9명), 원안위 사무처 공무원 150여 명,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의 전문가 600여 명은 왜 있는가. 원자력안전위원은 원자력 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돼 있다. 행여 부족할 수 있는 원안위원의 전문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20명 이내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도 있다. 이 모든 조직과 준비된 전문 인력을 배제한 채 자신들이 응당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업무를 민간 전문가 조사단에 맡기겠다는 것 아닌가. 더구나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행정 및 기술 지원만 하겠다니, 조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일절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존재 이유를 망각한 조치다.

그나마 민간 조사단 구성의 실효성도 우려된다. 여러 학회에서 추천받은 10명 이내의 전문가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조사단을 꾸리는 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자력학회를 배제한 것은 우려스럽다. 원자력학회는 원자력과 방사선에 관한 전문가 50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한 국내 최대의 학회다. 원자력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학술지로 꼽힌다. 혹시라도 원자력학회를 이해당사자로 생각하고 민간 조사단에서 배제했다면 학회의 의미를 잘못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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