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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주거 고통 키울 엉터리 진단

박정민 기자 | 2021-01-25 11:31

박정민 경제부 차장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복기해보자. 집권 5년 차의 신년 첫 기자회견에서 대중의 관심은 ‘부동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과 계획이 무엇인지에 쏠려 있었다. 먼저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를 (없애는 데) 역점을 뒀지만 결국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규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뒤이어 “근래에 그 연유를 생각해 보니,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기조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져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는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 예전에 없던 세대 수의 증가다”라고 진단했다. 세대 수가 급증하며 정부가 예측한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더 초과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얘기다.

이는 진단을 포장한 정책 실패의 변명 혹은 핑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세금 폭탄’이 세대 분화를 가속화하는 점에 대해선 전혀 설명이 없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전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주장이 ‘잠깐’ 제기됐다. 이후 논란이 일자 여당 원내대표는 “양도세 완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공급 부족은 인정하고 공급 대책을 내놓겠지만, 기존 규제정책은 지속한다’로 정리된다.

이미 서울·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의 집값은 현 정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 당시 집값 하락을 약속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자신들의 규제정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높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됐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셋째 주(1월 1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1%로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물건은 종적을 감췄다. 전세가 급등에 따른 전세난에 무주택자들이 빚을 내 집을 사기 시작하면서 집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그래도 규제정책은 옳다’며 고집부린다. 20년 가까이 노래를 불러온 진보 학자들의 임대차 규제는 달라진 시장의 흐름과 현실을 전혀 읽지 못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가격 규제는 바람직하다는 이들의 명분은 시장을 망쳐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노교수의 대학노트 같은 낡은 이념정책이 이런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 누가 알았겠나.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다. 진보학자 출신인 변 장관에게 민간 분양아파트는 ‘고비용’의 주거형태다. 1980∼1990년대 빈민촌 주민들의 터전을 앗아갔던 약탈적 개발의 상징 그 자체다. 그가 개발 대신 기존 주택을 개량하는 도시재생사업을 강조한 점 역시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변 장관이 간과한 점이 있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다. 마지 못해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본래의 소신을 굽힌 것은 아니다. 화석화된 이념정책들을 포기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이쯤 되면 소신도 아닌 아집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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