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포럼]

北 입장 편드는 ‘원하는 외교’ 신기루

기사입력 | 2021-01-22 11:51

최영진 前 주미 대사

미·중 관계의 흐름이 아·태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최대 라이벌로 견제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하다. 다른 점도 있다. 분쟁도 많지만, 호혜적인 미·중 무역, 지구온난화 같은 초국가적인 문제 등 양국 간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 복잡하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서 반드시 한·미 동맹 관계와 한·중 협력 관계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어렵다.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과거 강대국 간에 있었던 군사적 충돌로는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외교·경제 같은 소프트 파워로 경쟁하게 된다. 따라서 서양장기 식 정면충돌이 아니라 동양 바둑 식으로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이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2050년쯤이면, 중국이 경제적으로 제1대국이 되고, 안보·군사 측면에선 여전히 미국이 제1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다. 즉, 미·중 간의 우열은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자연스럽게 가려줄 것이다. 그래서 눈치나 인맥 외교를 떠나 철학에 입각한 전략외교를 펴야 한다.

미국의 아태전략 동참 문제는 동맹국 미국과 보조를 같이하는 게 좋다. 그러나 중국을 적(敵)으로 만드는 공개적인 협력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대중(對中) 관계는 일본이나 미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익을 쫓아야 한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대중 무역이 대미 무역이나 대일 무역보다 훨씬 크고, 중국 내에 많은 조선족이 있으며, 무엇보다 북한 문제의 관리, 나아가 통일 문제에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철학에 입각해 우리나라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은 아태전략에 참여한다. 그러나 아태전략이 공개적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삼는 입장을 취한다면 우리는 그런 입장에 동참하지 않는다.’

미·중 관계는 북핵 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적인 외교를 구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만을 의식한 예측 불가능한 외교는 이제 사라진다. 트럼프 식의 미·북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는다. 우리가 톱다운 외교를 바라는 건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이제 ‘원하는 외교’가 아니라 ‘가능한 외교’를 펴야 한다. 원하는 외교는 아마추어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 가능한 외교는 철학과 전략을 거쳐야 한다. 북한은 경제 제재 해소를 북핵 문제의 선결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가능한 외교가 아니다.

북한이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병진노선’은 정책 아닌 딜레마의 표현이다. 북한의 딜레마가 계속되는 한 아무리 우리의 의도가 좋아도 남북 교류나 외국과의 정상적인 교역이나 투자는 북한에는 독이 든 당근이 된다. 이러한 북한의 현실은 반세기에 걸친 고립, 뿌리 깊은 의구심, 그리고 북한이 안고 있는 정책적 딜레마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반도 문제에 바른 접근을 할 수 있다. 북한 문제를 놓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비현실적인 ‘원하는 외교’만 추구했다. 이제라도 남은 시간을 철학과 전략에 바탕을 둔 ‘가능한 외교’로 바꿔야 한다.

많이 본 기사 Top5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