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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對日 표변과 선제조치 필요성

기사입력 | 2021-01-22 11:51

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악화 일변도였던 대일(對日) 외교가 관계 개선으로 방향 전환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배상을 판결한 최근 법원 판결이 곤혹스럽다고 했다.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정부 간 공식적인 합의였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정권 출범 초기 피해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합의에 따라 세워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강행했던 입장과 비교하면 과히 표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표변은 정권 출범 이래 과거사 해결을 우선순위에 놨던 노선에서 확연히 전환된 것으로, 국익에 장기적으로 부합하는 내용이다. 대통령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향 전환을 이제는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외교부 등 정부는 문 정권 시기 한·일 대립의 최초 원인인 강제징용 관련 법원 판결에 관해, 판결 내용을 수용하면서 일본 기업이 배상금 지불 책임을 실제로 지지 않는 방법을, 어렵겠지만 고안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징용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합의하고, 한국 정부가 그 방안을 피해자들에게 설득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순서는 우리 정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1965년 청구권 협상 때 징용공 개인 보상은 한국 정부가 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약속했다. 징용 피해자들이 금전적 보상이 재판의 목적이라면, 판결을 존중하면서 기금을 조성하는 등의 해결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일본의 청구권 자금으로 직접 혜택을 본 한국 기업들이 기금을 모아 징용 보상을 충당하는 해법이다.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관해서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따라 집행이 중지된 일본 정부의 보상금 10억 엔을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금전적 배상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해결 방식이 좋은 선례가 된다. 김 대통령은 일본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으며,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후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포함해 진상 규명과 사죄 반성을 요구했다. 즉, 식민지 지배에 의한 피해자 구제에 관해 모든 금전적 문제는 우리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선언했다. 이 결정은 당시 국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국 정부가 과거사와 관련해 선제적 조치를 하면, 수출 규제로 자국 기업들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일본 정부도 적극 나설 것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한 경제적 보복 조치가 외려 자국 경제에 큰 타격으로 나타난 현실을 일본 정부는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은 지난 20일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며, 한국을 아·태 지역의 중심적인 파트너 국가로 재정립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 우호 관계에 의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아·태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미·일 3각 안보 체제가 비로소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한·미·일 안보 체제 강화는 문 정권이 염원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미국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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