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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땜질에 병든 만성 저출산

이용권 기자 | 2021-01-20 11:39

이용권 사회부 차장

‘치병필구어본(治病必求於本).’ 동의보감에서는 병을 치료할 때는 반드시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첨단의 현대 의학에서도 그 원리는 의미가 있다. 감기로 쉽게 설명하면 현재 대부분의 치료 방식은 콧물이나 재채기를 가라앉히는 항히스타민제, 발열 등을 완화하는 해열제로 대증 치료한다. 그런데 근본 치료는 감기에 걸리게 된 이유를 찾아 인체 면역력을 강화해 우리 몸이 감기를 극복하게 만드는 식이다. 근본을 바로 잡지 않고 증상만 완화하게 되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의 발열 등이 동반될 경우 약물 대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평생 감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에 대처하는 정책 자세를 보면, 만성 감기에 걸렸는데 단기적 대증요법으로 땜질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증요법조차도 의사의 진단 없이 마구잡이로 수십조 원의 약을 쏟아붓는 듯하다. 물론 효과는 미미하고 매번 저출산이라는 감기 증세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요약해보면 영아수당 신설, 육아휴직제 확대 및 지원, 아동 돌봄 강화, 임신과 출산 지원 등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9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젊은이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이미 자녀를 출산한 사람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다. 물론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사회환경도 개선해야 하지만, 근원적 해결 없이는 저출산이라는 만성 감기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매년 합계출산율 통계가 나올 때마다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도 정책에 실패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만 반복될 뿐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심성으로 내놓은 현금 지원도 실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경남 창원시는 최근 세 자녀 출산 때 1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충북 제천시도 출산장려금을 5000만 원까지 올리는 등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지역 내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육아수당, 출산축하금 등 현금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돈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 역시 현재의 저출산을 일시적으로 완화해보려는 단기정책일 수밖에 없다. 친자녀에 대한 아동 학대가 만연한 시대에 빚을 갚기 위해 자녀를 출산하는 도덕적 위험 등이 부작용으로 뒤따를 여지도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에 급급한 정책보다는 젊은이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정책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해왔다. 자녀를 낳을 여력이 없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정책 없이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젊은 세대 앞에 놓여 있는 일자리, 결혼, 주거, 교육 등의 당면 과제는 어느 하나 쉬운 틈이 보이지 않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인구 감소 문제를 풀기 위해선 취업과 결혼, 주거, 교육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삶의 질 개선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책은 10년 이상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장기 플랜이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지지율과 선거를 위한 단기 선심성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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