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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긱 워커’와 비정규직

기사입력 | 2021-01-19 11:28

문희수 논설위원

새해 벽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첫 노조가 설립됐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아마존, 우버, 리프트 같은 업체들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노조 성향이 배경이라는 평가다.

고연봉인 실리콘밸리의 노조 설립으로 이른바 ‘긱 워커(gig worker)’의 정규직 논란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긱’이란 1920년대 미국 재즈공연에서 단기 채용했던 임시 연주자를 말한다. 그런 연유로 ‘긱 워커’는 임시직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비(非)대면 비즈니스 확대, 원격근무·재택근무 활성화 등 시대 변화를 타고 급증하면서 정규직화가 이슈가 됐다.

문제는 ‘긱 워커’마다 업무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프리랜서 디자이너나 개발자는 한 회사에서만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일하는가 하면, 독립적 개인사업자로서 여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주당 근로시간을 꽉 채워 일하기도 한다. 같은 우버택시 기사라도 반드시 풀타임이 아니라, 여분의 몇 시간만 일하거나 아예 여러 직업을 갖기 원하는 등 제각각이다. 이러니 임시직이든 정규직이든 하나의 그룹으로 묶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리콘밸리가 속한 캘리포니아주(州)에선 이미 쟁점이다. 지난해 11월 이들을 정규직으로 대우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민발의법이 58%의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앞서 7월에 정규직화를 규정했던 주의회 법의 효력이 정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규직 대우에 찬성 입장이라고 한다. 어떤 해법이 도출될지 관심이다.

앞으로 ‘긱 경제’가 성장할 전망인 만큼 ‘긱 워커’ 증가세도 이어질 것이다. 지난 2002년 독일이 시간제 비정규직인 ‘미니잡’을 도입해 실업사태를 극복했던 것처럼 장차 ‘긱 워커’가 취업난을 넘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2016년에 이미 미국과 유럽에선 광의의 ‘긱 워커’가 경제활동인구의 20∼30%나 됐다고 추정했었다.

한국은 비정규직이라면 정규직화만으로 직진한다. 그러나 ‘긱 워커’엔 획일적 경로가 맞지도 않고, 더욱이 당사자가 스스로 기피할 수도 있다. 미국의 대응은 주목할 선례가 되겠지만, 종전 같은 일률적인 잣대는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새 시대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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