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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보선用 재난지원금 꼼수

임대환 기자 | 2021-01-18 11:22

임대환 산업부 차장

‘현금’의 유혹은 강력하다. 세 차례 지급된 재난지원금으로 현금의 위력을 실감한 여당에서 벌써 4차 재난지원금을 나눠주자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차 재난지원금 때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시 돈을 나눠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동안 계속돼 온 논란이다.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은 투입되는 재정에 걸맞은 효과를 보기 어려워 지양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들의 결론이다. 그런데도 여권 인사들이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4월 보궐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고전이 예상됐던 여당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와 ‘K-방역’ 홍보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고 대승했다. 지금 상황도 총선 당시와 유사하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집값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연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 추문 사건 등으로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여권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때 위력을 실감했던 ‘현금의 유혹’을 안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 등 여권 인사들의 전 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 대기업 총수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모두 똑같은 돈을 나눠주는 것은 전혀 공평한 것이 아니다. 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씀씀이가 아니다.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 국민 대상의 1차 재난지원금 효과를 분석한 결과, 당시 뿌려진 14조2000억 원 중 실제 소비로 이어진 금액은 4조 원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1차 재난지원금이 풀린 지난해 5월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대 효과는 셋째 주 1조6800억 원으로 잠시 올랐다가 이내 뚝 떨어졌다. 8월 둘째 주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다시 -690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지사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국민 여론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원한다거나,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크게 낮다는 점을 내세워 ‘정당성’을 찾는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임대차 3법 등에서 여론에만 기댄 경제 정책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지난 4년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다른 OECD 회원국과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 인프라 격차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차부터 3차 재난지원금까지 모두 20조6000억 원가량의 국민 세금이 사용됐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 돈을 영업제한 등으로 큰 어려움에 빠진 영세 소상공인에게 지급했다면 어땠을까.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276만 명의 소상공인에게 이 돈을 줬다고 하면 1인당 746만 원 정도의 돈이 지급되는 규모다. 지난 1년간 확보된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면 좀 더 정확한 ‘핀셋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돈 걱정 없는 대기업 총수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나눠줘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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