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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보다 번호로 뜬 무명가수… 팬덤 폭발하다

김인구 기자 | 2021-01-18 10:41

■ 화제의 ‘싱어게인’ 참가자들

‘29호’ 정홍일
화끈한 샤우팅 ‘헤비메탈 로커’
엄청난 성량에 섬세한 감정까지

‘30호’ 이승윤
매회 예상 깬 편곡·퍼포먼스
심사위원에 음악 논쟁 일으켜

‘63호’ 이무진
기타 메고 ‘명치 때리는 감성’
1라운드 ‘누구없소’ 1400만뷰


29호, 30호, 47호, 63호…이름도 없이, 번호로만 불리는 오디션 참가 가수들의 팬덤이 폭발하고 있다.

JTBC ‘싱어게인’(연출 김학민·박지예)이 18일 마지막 ‘톱10’ 진출자를 가리는 가운데 벌써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모름지기 오디션이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경쟁하는 시스템. 그러나 이들 ‘번호표’의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개인 프로필을 숨긴 채 궁금증을 자아내며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선곡과 퍼포먼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눈에 띄는 참가자는 30호(가운데 사진)다. 늘 파격적인 무대로 팬과 심사위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은 그가 ‘톱10’ 진입을 위해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선보이려는 찰나에서 끝났다. 이번엔 또 어떤 편곡과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렸다. 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8.5%까지 치솟았다.

30호는 지난해 11월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경연곡으로 박진영의 ‘허니’를 편곡해 불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심사위원 유희열은 “찐 무명 조의 반란이다. 스타성이 보인다”고 극찬했다. 이 부분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지금까지 조회 수 800만 건을 넘었다. 라이벌 63호와의 듀엣 무대도 화제였다. 고 신해철의 ‘연극 속에서’를 또 다르게 편곡해 무대를 뒤흔들었다. 이효리의 댄스곡 ‘치티치티뱅뱅’을 불렀을 때는 심사위원들이 끝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장면의 유튜브 조회 수는 500만 건을 넘었다.

30호의 인기는 매력적인 보이스와 고음의 가창력, 빼어난 편곡과 기타 연주, 자유분방함과 겸손함이 공존하는 무대 매너, 그리고 훈훈한 분위기의 외모에서 비롯하고 있다. 특히 기타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은 마치 오디션 출신 스타 위너의 강승윤을 연상시킨다. 30호의 팬덤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미 SNS와 유튜브에 그의 과거 활동과 가족관계 등이 공유되고 있다. 팬들이 찾아낸 그의 이름은 이승윤. ‘따밴’으로 데뷔했고, 현재 ‘알라리깡숑 밴드’로 활동 중이다. 그가 출판사 창비의 유튜브인 TV창비의 콘텐츠 중 ‘고양이 해결사 깜냥’ 뮤직비디오의 음원을 작사·작곡한 것도 새로 조명되고 있다. TV창비의 구독자 수가 1만여 명인데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는 2만8000여 건이나 된다.

63호(오른쪽)의 인기도 어마어마하다. 그는 1라운드에서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불러 올어게인을 받으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 듀엣 무대에서는 30호와 짝을 이뤄 ‘환상의 복식조’ 같은 하모니를 보여줬다. 기타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시원스럽게 가창하는 모습이 장점이었다. 3라운드에서는 이문세의 ‘휘파람’으로 30호와의 맞대결에서 이기고 일찌감치 ‘톱10’ 진입을 확정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감춰뒀던 이름을 공개했다. 2000년생 서울예대 재학생 이무진. 이무진은 30호보다 11세 연하인데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와 노련미를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 21세인데 한영애, 신해철, 이문세 등 한 세대를 앞서는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선곡해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재창작했다. 그가 부른 ‘누구 없소’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140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덩달아 과거 영상도 화제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명 ‘서울예대 복도 영상’이다. 이무진이 학교 복도에서 기타를 치며 스팅의 ‘잉글리시맨 인 뉴욕’을 열창하고 있다. 기타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데도 음정과 박자가 정확하다.

헤비메탈 로커 29호(왼쪽)는 관객을 압도하는 가창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지난 방송에서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로 ‘톱10’ 진입을 결정지으며 정홍일이라는 이름을 공개했다. 경남 마산 태생의 정홍일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한 헤비메탈 밴드 ‘바크하우스’의 보컬이다. 1998년에 데뷔해 오래도록 무명생활을 겪었다. 그는 이런 한(恨)을 풀어내듯 무대마다 절절함과 묵직함으로 호소했다.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들국화의 ‘제발’ 등 ‘록 스피릿’을 느낄 수 있는 선곡이었다. 엄청난 성량도 대단하지만 감정의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그가 “경아”라고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늘 친구처럼 또 연인처럼 서로 응원하고 배려했던 시간이 지금 제가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울먹일 때 시청자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연출자인 김학민 PD는 “30호는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오해를 받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며 “63호, 29호, 47호 등 다양한 출연자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처음부터 이름을 감추고, 시청자에게 찾는 재미를 주자는 기획이 통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범람하는 트로트 오디션 속에서 ‘싱어게인’ 속 ‘번호표’ 참가자들의 노래는 특히 두드러져 보이는 효과가 있다. MBC ‘트로트의 민족’, KBS ‘트롯 전국체전’, SBS ‘트롯신이 떴다2’,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등이 큰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으나 피로감을 지울 수 없는 반면, ‘싱어게인’은 폭넓은 장르, 호기심을 자아내는 구성, 긴장감을 잃지 않는 연출로 시청률과 화제성 두 가지를 모두 지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은 시청률보다 스타 탄생이 중요하다. ‘싱어게인’과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며 “‘싱어게인’은 이단아 같다. 트로트처럼 하나가 아니라 포크, 록, 발라드 등 장르 구분 없이 ‘새로 부른다’는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음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청자들이 취향에 따라 몰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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