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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실직위기, 옆에선 부동산·증시서 떼돈…커지는 ‘K자 양극화’

기사입력 | 2021-01-17 07:37

[그래픽] 3분기 소득 5분위별 월평균 소득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그래픽] 3분기 소득 5분위별 월평균 소득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대면 접촉 줄면서 소득 하위계층 근로·사업소득 큰 폭 감소
부동산·증시 수익률 높아지며 자산없는 사람 박탈감 커져


학습지 방문교사 A씨는 요즘 학생의 집 대문에 새 학습지를 걸어주는 것 정도가 일의 전부다. 새 학습지 꾸러미엔 간단한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함께 넣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가끔 학부모와 통화도 한다. 아이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언제쯤 다시 방문해도 좋을지 넌지시 묻는다.

통화하고 간단한 선물도 넣어주는 것은 수업을 못 하는 미안함도 있지만, 사실은 생계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 대면 거절당하는 특고…근로소득 급감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격상되면서 A씨는 근 두 달째 학생의 집에서 방문 수업을 못 하고 있다.

우선 여러 집을 방문하는 A씨의 방문수업을 거절하는 집이 늘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정에서 야간에 수업을 많이 하는 A씨 직업의 특성상 4인 이상 가족의 집에서 방문을 거절하는 경우가 특히 늘었다. 방역당국 지침은 학습지 교사를 인원 산정 때 예외로 적용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A씨가 두려워하는 부분은 방문수업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습지를 끊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담당 학생 수가 줄어들면 소속 회사에서 받는 수당이 줄고, 학생 수가 크게 줄면 결국 실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자비로 장난감·학용품을 사주고 안부전화도 하면서 일종의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일부 학습지 교사는 학생과 계약 해지된 상황을 숨기고 자신이 대금을 대납하기도 한다.

A씨 입장에서 보면 소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평소엔 사주지 않던 장난감·학용품을 사야 하므로 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정부로 받은 재난지원금이 보탬은 되지만 이 모든 상황을 해소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A씨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고용취약계층인 특수형태근로(특고) 노동자에 속한다. 소속된 학습지 회사로부터 기본급을 받지만, 실제 수익은 담당 학생 수에 연동된 수당에서 나온다.

코로나19가 A씨에겐 소득 급감 요인이고 실직 위기다. 특고나 프리랜서, 임시·일용직 등 고용취약계층은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를 제대로 된 안전판 없이 온몸으로 그대로 받는다.

◇ 저소득층 근로·사업소득 타격 더 커…지원금으로 극복 역부족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소득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시기는 2분기였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18.0%, 사업소득은 15.9% 줄었다.

같은 시기 소득상위 20%(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0%, 사업소득은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여파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3분기의 경우도 소득 1분위의 근로소득은 10.7%, 사업소득은 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분위의 근로소득은 0.6% 줄어드는 데 그쳤고 사업소득은 5.4% 되레 늘었다.

고용취약계층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일로 벌어들이는 소득, 즉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서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공적이전은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를 냈지만, 일정 수준에 머무는 데 그쳤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지난해 3분기에 악화한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이다.

◇ 가진 사람이 더 갖게 되는 상황…자산 없으면 ‘벼락거지’

더 큰 문제는 근로·사업소득에 이은 자산소득 격차다. 쉽게 말해 넘치는 유동성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연간으로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30.8%였다.

상승률만 놓고 보자면 증시가 우세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차익을 놓고 보면 더 많은 ‘판돈’을 넣어야 하는 부동산을 가진 부자가 대부분 승리하는 구조다.

일례로 10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지난해 5천360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증시에 1억원을 투자한 동학개미는 3천80만원을 벌어들였다. 수익률로 놓고 보면 코스피 상승률이 6배 가까이 높지만 최초 투입자금의 규모가 다르므로 결국은 가격이 비싼 자산인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주식은 부동산에 비해 수익이 작지만, 고용·사업소득은 줄고 그나마 주식 자산도 보유하지 못하는 계층에겐 이마저 꿈같은 얘기다.

그래서 나온 말이 ‘벼락거지’란 표현이다. 나는 가만히 있었지만, 남들이 갑자기 돈을 버니 갑자기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 이번에 벌어진 격차는 이번 생 안에 극복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말이 함께 나온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경제적으로 어떤 충격이 있을 때 충격에 적응해 변화의 흐름을 타는 사람과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간에 격차가 벌어져 왔다”면서 “다만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제나 예산 등 어떤 정책을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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