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오후여담]

‘사만다’와 ‘이루다’

박현수 기자 | 2021-01-14 11:41

박현수 조사팀장

인간이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2014년에 개봉된 미국 영화 ‘그녀(her)’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연애편지 대필 작가다. 아내와 별거 후 외롭게 살아가다 인공지능 ‘사만다’를 구매한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는 그녀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그는 점점 AI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심지어 성적 교감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을 나누며 동시에 수만 명과 사귄다고 말한다. 그는 충격을 받고, 그녀가 업그레이드를 위해 떠나자 결국 인공지능임을 깨닫는다.

‘당신의 첫 인공지능 친구’ 콘셉트로 등장한 20세 여대생 AI 챗봇(채팅 로봇)‘이루다’를 둘러싸고 성희롱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뜨겁다. 특히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청소년들의 그릇된 성 윤리 문제가 부각됐다. 한 스타트업이 지난해 12월 23일 출시해 보름여 만에 이용자가 70만 명을 돌파했는데, 85%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계속되자 개발사 스캐터랩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13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문 발표까지 했다.

AI 챗봇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3월 ‘테이’를 선보였지만,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일부 이용자가 차별적인 발언을 반복 학습시킨 결과, 테이는 인종과 성차별적 발언 등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의 모바일 서비스 제공사가 출시한 ‘토비’의 경우 긍정적인 사례도 있다. 처음에는 온라인 웹 채팅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질문에 응답하도록 설계됐으나, 이후 계정 정보 등에 대한 조언도 제공하도록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이번 이루다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윤리문제를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윤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이로 인해 새로운 규제로 AI 산업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우를 범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 소통과 공감 부재 사회에서 AI 챗봇 등장은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관계를 예고한다. 갈수록 개인화되고,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만의 반려 AI’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이 본 기사 Top5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