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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알리바바 사태와 中 경제체제 본색

기사입력 | 2021-01-06 11:41

이신우 논설고문

지난달 中 공산당 정치국 회의
사유자본 확산 억제 방침 채택
‘알리바바 제국’에 최초 적용

은행예금자들 대거 자금 이동
소상공인도 대출의존도 키워
국유기업 중심 경제체제 위협


중국의 IT 혁신을 상징해온 ‘알리바바 제국’에 황혼이 지고 있다는 말이 들려온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그룹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Ant) 파이낸스에 사실상의 해체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방 언론은 이에 대해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馬雲)이 지난해 10월 중국의 금융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 당국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선적인 시각이다. 알리바바와 앤트, 그리고 중국 경제에는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대립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시사하는 것이 지난달 11일 열린 공산당 정치국 회의였다. 이 회의는 ‘(사유)자본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와 국가안전 수호’라는 새로운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럼 중국 경제가 세계적 자랑거리로 여겨왔던 알리바바와 앤트 그룹의 어떤 문제가 중국 지도부로 하여금 정책 전환을 꾀하도록 만든 것일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앤트 그룹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앤트는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자회사다. 현재 7억11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제는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지불한 금액을 곧바로 판매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일시 보유 단계를 거친다. 매입자가 상품 수령을 최종 승인해야만 비로소 보유 금액을 판매자에게 넘긴다. 이 때문에 알리페이에는 항상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이 쌓여 있게 된다. 이 유보 현금은 평균 1730억 달러에 달하며, 알리바바는 이를 자산으로 일종의 MMF 상품인 ‘위어바오(餘額寶)’를 운용하거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재원으로 활용해왔다. 알리바바는 최근 소액 대출 등 소비자 금융에 진출하면서, 인공지능(AI)에 의한 여신 심사에도 손을 댈 정도다.

알리페이가 기존 국유은행들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 또 있다.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은행 계좌에 있는 현금을 알리페이 시스템에 충전한 후 사용하게 돼 있다. 그런데 사용자가 쓰고 남은 돈은 곧바로 은행계좌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남은 현금은 위어바오 펀드에 이체되는 대신 운용 이자를 지급 받는다. 은행 예금보다 이자율이 높아 알리페이 이용자들이 기존의 은행 계좌에서 대거 위어바오로 자금을 옮겨갔다.

만에 하나 앤트의 상장으로 거액의 자금까지 신규 조달할 경우 여신 규모는 기존의 국유은행들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얼마 전 앤트가 상하이(上海)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해 3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려 하자 중국 당국이 급거 ‘정지 신호’를 보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이렇듯 IT 기업들이 국유은행 등 기존 금융시장을 위협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 2년 전부터 서서히 IT 기업의 금융사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인터넷을 매개로 급성장하던 소액 융자를 억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 핀테크 기업의 MMF 펀드 규모는 당국의 점증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2020년 6월 기준 약 2조5400억 위안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물론, 유사한 사업 모델인 텐센트의 위챗페이에 은행과 똑같이 준비금을 쌓도록 의무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중국 전자결제의 점유율은 알리페이가 55%, 위챗페이가 39%로 사실상 2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반면 기존 은행이 발행하는 유니온페이(은련카드) 등은 이용이 지지부진한 데다 신흥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도 대출을 은행이 아니라 알리페이 등 핀테크 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다. 앤트그룹은 결제사업을 기반으로 소액대출, 온라인 보험 등에서 이미 중국 최대 금융업자로 성장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기존 국유기업 체제가 생존의 위기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IT 기업들의 금융사업이 커갈수록 정부의 금융정책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으로 ‘사유 자본’이 커지기 전에 ‘국가 안전’을 수호해야 한다는 중국 지도부가 선수를 친 셈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다. 앤트그룹의 해체 명령은 결국 중국 경제 시스템을 국유기업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신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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