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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탄소중립 핵심은 ‘중소형 원자로’다

기사입력 | 2020-12-24 11:41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탈석탄과 탈원전 병행은 妄想
수급 불안에다 안보 허점 자초
세계는 다시 원자력으로 복귀

1石4鳥 장점 소형爐 개발 경쟁
美 바이든 행정부 최우선 과제
文정부는 최고 기술 붕괴시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안을 공개하고, 국회 상임위 보고를 거쳐 24일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안은 원전, 석탄의 감축과 신재생 설비 증가를 골자로 한 초안과 거의 같다. 신한울 3·4호기가 빠진 것이다. ‘탄소중립’이란 말은 쉽지만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탈석탄하면서 탈원전한다는 건 망상(妄想)이다. 결국, 독일·일본처럼 천연가스 수입에 기댈 수밖에 없고, 수급 불안은 물론 무역 수지나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자충수다.

19세기 1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석탄화력과의 결별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데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탄소중립 여정에서 화석연료 직종은 사라지게 된다. 신재생과 원자력 확대 과정에서 사회 갈등이 불거지고, 주민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휘발유차를 친환경 차로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탄소중립은 민주적·과학적인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이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석탄발전을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석탄은 발전원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내뿜는다. 국내 석탄발전 규모는 지난해 기준 37GW, 비중은 41%에 이른다. 여전히 국내 최대 에너지원으로서 OECD 평균치 22%의 2배에 가깝다. 그만큼 석탄 퇴출은 난제다. 그러나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매듭짓고 가야 한다.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빈자리는 신재생과 함께 원자력이 메워야 한다. 공급망·전력망도 바꿔야 한다. 원자로는 기존 100만∼140만㎾에서 국내 설계 인증된 SMART 수준인 10만㎾로 제작하고, 기저 부하가 아닌 보조 전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장주기 운전과 피동형 안전을 보증하고, 출력 감발(減發)이 자유로운 신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10만㎾면 인구 10만 도시에 전력·담수·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가는 곳에 수백 기의 중소형 원전이 따라가며 지능형 분산형 쌍방향 전력망에 맞춰 간헐성 보완과 주파수 안정을 꾀해야 한다. 특히 수소까지 만들 수 있으니 일석사조(一石四鳥) 효능이 있다. 중소형로 없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허구다. 녹색 수소를 효율적으로 양산(量産)할 방법으로 원자력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내년 상반기까지 탄소세 적용 대상과 방식을 논의하고 법제화해 3년 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미래 시장에선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면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신재생과 더불어 원자력으로의 에너지 대전환과 효율·절약, 탄소 포집·활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0일 지구 온난화를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미 행정부 역대 최대 과업을 추진해 갈 ‘기후내각’을 구성했다. 2050년까지 정규직 창출과 인종적 평등을 전제조건으로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방정식을 제안, 우선 2035년까지 발전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30년 내 ‘0’ 탄소 국가를 만들기 위해 15년 내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와 친환경 기반 구축에 2조 달러(약 2200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세계를 다시 선도할 최우선 과제에 소형로 개발이 들어 있다. 75년 만에 민주당이 돌아왔다, 원자력으로.

캐나다도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중소형로(爐)를 치켜들었다. 셰이머스 오리건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18일 소형로 도입 관련, 27개 법률과 규제 조치를 포함, 시행계획을 공개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5개년 목표를 제시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입법되면 정부는 목표 달성도를 정기적으로 보고하게 된다. 중소형로 출력은 30만㎾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60년 전 경수로와 중수로 기술을 건네받아 청출어람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빌 게이츠도 4세대 원자력 시스템에 뛰어들고, 환경 영웅 마이클 셸렌버거도 돌아왔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공들여온 ‘원자탑(塔)’을 무너뜨리고 있다. 석탄 자리에 원전이 돌아야 탄소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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