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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끼얹고 불붙여 부부 잔혹 살해…비극으로 끝난 동업

기사입력 | 2020-11-21 11:49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방화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수익 왜 없어” 앙심 품고 범행…물 뿌리는 딸에게도 불붙여
심신미약·피해자 탓 주장에 법원 “반성 의문” 무기징역 선고


“죽어, 죽어!”

지난해 11월 1일 오전 2시 48분께 강원 횡성군 한 주택. 60대 여성의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A(64)씨 가족의 잠을 깨웠다.

욕설과 함께 소리친 건 브로콜리 재배 사업 동업자 박모(62·여)씨였다.

박씨는 “죽어”라고 소리치면서 A씨와 그의 아내 B(61)씨의 몸에 생수통에 담긴 휘발유를 끼얹더니 휴대용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였다.

불과 3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A씨 부부가 몸에 붙은 불을 끄고자 집 마당으로 나와 쓰러지자 박씨는 다시 휘발유를 끼얹어 온몸이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승합차에서 휘발유가 담긴 다른 생수통을 들고 와서는 재차 A씨 부부 몸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박씨는 물을 뿌리며 불을 꺼주는 딸(44)에게까지 똑같은 짓을 저질러 얼굴과 목 등에 화상을 입혔다.

결국 전신에 화상을 입은 A씨는 치료를 받던 중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닷새 만에 숨졌고, 그로부터 12일 뒤 B씨도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잔혹한 범행의 도화선은 ‘브로콜리 재배 사업 동업’이었다.

조사 결과 박씨는 A씨와 동업하기로 하고 3억원가량을 투자했으나 투자 수익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고, 남편과 관계도 악화하는 지경에 이르자 A씨 부부에게 극도의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법정에 선 박씨는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씨는 재판에서 A씨와 동업 문제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사건 전날 저녁부터 많은 술을 마셔 범행 당시 심신 미약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 당시 우울증 등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전날 술을 마시면서 A씨와 동업 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정도의 인식이 있었던 점 등이 근거였다.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 역시 박씨가 술을 소주와 맥주를 각 2병씩 마셨음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55%로 주량이 상당한 데다,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별로 없는 구불구불하고 좁은 도로에서도 수월하게 승합차를 몰았던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는 범행 당시 승합차에서 추가로 휘발유를 꺼내고, 숨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승합차로 주변을 맴도는 등 비틀거리는 모습 없이 비교적 민첩하게 움직이기까지 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행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며,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의 원인이 피해자들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되레 피해자들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박씨는 또다시 심신미약과 함께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판결은 번복되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서할 수 없으며, 형을 달리할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다”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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