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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땐 ‘야당 추천’ 특검 선정했다

기사입력 | 2020-11-20 11:37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를 공정하게 수사한다는 입법 취지 아래 설립된 공수처는 그 구성과 운영을 통할하는 공수처장의 임명부터 정치적 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후보 2인 중 1인을 대통령이 공수처장으로 임명한다. 따라서 정부·여당 등 여권이 후보추천마저 좌우한다면 살아 있는 권력을 주된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므로 공수처의 존재 의의가 없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최서원(최순실)게이트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 임명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만 합의해 2인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정부·여당은 후보 추천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것도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위해서였다.

후보추천위는 지난 9일 후보 명단을 국회에 제출한 지 불과 9일 만에 두 차례 회의를 열고는 후보가 2인으로 좁혀지지 않자 사실상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또한, 곧바로 거대 여당은 야당 추천위원이 반대하더라도 후보 추천을 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회의 내용을 보면, 정부·여당 추천위원과 대한변협 회장은 그들이 내세운 후보를 추천하고 야당 추천위원 2인은 자신들이 지명한 후보를 추천했기 때문에 결국 어느 후보도 7인의 추천위원 중 6인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의결정족수를 6인으로 정한 이유는 공수처의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야당의 비토(veto)권을 인정한 것이었다. 이는 여권이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공수처법이 공정하다고 항변한 유일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권 추천위원들은 야당 추천위원이 지명한 후보는 반대하면서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가 추천되지 않자 공수처법을 개정해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수처 입법 당시 국민을 속인 것이 되고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는 살아 있는 권력에는 관대하고 집권자의 반대 세력에는 무자비한 무소불위의 수사기관 탄생이며, 집권자의 자의적(恣意的) 통치를 허용함으로써 지난 수십 년간 일궈온 자유민주주의의 종말과 독재 권력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다. 후보추천위가 이러한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좀 더 신중하게 회의를 진행하고, 다음과 같이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추천권을 존중해 줘야 한다.

먼저, 현재 추천된 후보들 중 누구도 추천위원 6인의 의결정족수를 얻을 가망이 없다면, 일단 회의를 속개해 원점에서 추천위원의 자격 기준을 다시 협의한 다음 그 기준에 맞는 다른 후보들을 재추천받아서 추천후보를 선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재추천 후보들 중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야당 추천위원이 추천한 후보들 중 협의된 기준에 맞는 2인의 후보를 선정함이 입법 취지에도 맞고, 최서원게이트 수사 특검 후보추천의 선례에 비춰 보더라도 공평하다. 나아가, 이처럼 후보추천이 어려운 것은 야당이 제기한 공수처법의 위헌법률심사가 헌법재판소에 회부돼 재판 중인데도 여권이 무리하게 공수처장 임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 이후에 회의를 속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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