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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메르켈 15년 집권 비결

기사입력 | 2020-11-20 11:28

이미숙 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66)은 독일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첫 여성 총리다. 동독 태생인 메르켈은 독일 통일 직전인 1990년 정계에 진출해 통일 후 헬무트 콜 총리 내각의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메르켈은 이후 10년 만에 기민당 당수가 됐고 이어 2005년 총선 후 총리에 취임했다. 당시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경제가 좋지 않았다. 실업자만 520만 명에 달했다. 유럽연합(EU) 또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전에 대한 각국의 견해차로 갈등이 많았다. 메르켈은 안으로는 독일 경제를 되살리고 EU 단합을 끌어내면서 ‘유럽의 여제’로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시리아 내전 이후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 때 과감한 수용 정책을 펼치며 리더십을 보였다.

메르켈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민당이 패배하자 2021년 총선 불출마선언을 했는데 요즘 코로나19 덕분에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물리학 전공자답게 선제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한 덕분이다. 야당 인사들로부터도 “위기 시대에 경험 있는 지도자를 가진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메르켈은 오는 22일로 총리 취임 15년을 맞는다. 독일 통일을 전후해 17년 재임한 역대 최장수 총리 콜에 이어 그의 ‘정치적 딸’인 메르켈이 2번째 장수 총리가 된 것이다. 메르켈이 35세에 장관이 됐을 때 “남성 중심 내각의 이미지 개선용”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실력과 정치력으로 돌파했다. 영국 정치학자 매슈 크보트럽은 메르켈 전기에서 “괴롭힘과 놀림을 당하며 더 단단해졌다”고 썼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기를 쓰고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건가 느낀다”는 식으로 자신의 무능에 대한 질책을 남성기득권 문화 탓으로 호도하지 않았다.

메르켈 리더십은 원칙과 신념으로 요약된다. 온화하나 치밀하고, 신중하나 단호하다. 독일을 유럽의 엔진으로 되살렸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맞서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자 역할도 했다. ‘강한 엄마’ 스타일의 메르켈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을 정도다. “모든 정치 경력은 전성기에 죽지 않는 이상 결국 실패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메르켈이 2021년 은퇴한다면 박수받을 때 떠나는 흔치 않은 정치인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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