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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모두를 위한 고려 ‘유니버설디자인’

기사입력 | 2020-11-20 11:22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

평소에는 부담 없이 드나들던 건물 입구지만, 양손에 짐을 잔뜩 들었다면 출입문이 너무 불편하게 느껴진다. 두 손에 든 짐을 내려놓은 뒤 출입문을 힘껏 당겨 열고, 내려놨던 짐을 다시 들고 들어간 후 또다시 짐을 내려놓고 문을 닫을 때는 ‘이 문이 자동문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건물 입구에 계단이 설치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던 출입문 앞 계단도 바퀴 달린 유모차나 카트를 밀고 갈 때는 계단 옆 경사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역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계단이 없는 건물의 출입구와 자동문이 설치된 출입문을 지날 때는 자신의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것은 이처럼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간이나 제품, 정보를 표방한다. 이용하는 데 있어 이용자의 특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디자인, 다시 말해 누구든 어떤 상황에서도 특별한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분야로는 제품 디자인이 있다.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위를 비롯해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사용이 가능한 세탁기, 높낮이를 달리한 지하철 손잡이, 말로만 명령해도 작동하는 각종 가전제품 등도 들 수 있다.

물론 좀 더 다양한 이용자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다. 시판 중인 각종 제품에서 시각장애인이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점자 표시를 찾아보긴 어렵다. 제품의 작은 글씨는 고령층 등 시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정보 습득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정보 제공 방법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건물의 공간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무리 높은 건물이라도 승강기가 설치돼 있으면 누구든 편리하게 층간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가 건물에서 화장실을 찾기만 하면 일단 남녀 화장실이 따로 돼 있으니 구분해서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면 또 다른 차별과 소외가 발생한다. 가령, 휠체어 사용자들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으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다시 찾아야 한다. 모든 화장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화장실을 설치한다면 그런 불편은 없어진다. 또, 어딘가를 안내하는 안내 표시판의 표기 정보도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그림으로 돼 있다면, 한글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길을 물어보기 불편한 청각·언어 장애인도 좀 더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이처럼 유니버설디자인은 성별·연령·국적 그리고 문화적 배경과 장애 유무와 무관하게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곧 ‘범용(汎用) 디자인’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용어 자체를 낯설어할 뿐 아니라, 어떤 공간이나 제품·정보가 유니버설디자인인지에 대해서는 더 모른다. 초고령화 대비와 장애인 정책 등 ‘포용’이라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어떤 유형의 다양한 이용자들에게도 모두 적용 가능한 디자인이라는 점을 사회 구성원들이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디자인의 방향은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이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포용과 고려를 구현하는 사회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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