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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방위산업 ‘정치화 수렁’ 빠지고 있다

기사입력 | 2020-11-17 11:42

신인균 경기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AI 낙하산 사장의 폐해 증폭
일감 몰아주기에 武裝力 뒷전
국가 안보 아닌 업체 안보 개탄

육군 기동헬기, 해병 공격헬기
수리온 밀어주려 국방부 억지
軍에 기생 않을 민영화가 해법


“우리 참모총장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더 세요. 결국, KAI 하자는 대로 갑니다.” 어느 젊은 공군 장교가 필자에게 직접 했던 푸념이다. KAI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삼성항공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을 통합해 만든 회사다. 정부 주도의 빅딜이었고, 사장은 정부에서 임명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활약한 유력 인사가 사장으로 발탁되는 일이 잦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KAI 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김조원 씨였고, 현 사장은 현 정부 초대 일자리수석에 내정됐다가 검증 문제로 낙마했던 전력이 있다. 이런 청와대 수석급들이 사장으로 임명되다 보니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별 4개 참모총장보다 더 크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로 인한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만든 회사이다 보니 정부가 그 생존을 위해 계속 일감을 밀어줬다. 사장이 항공 전문이거나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던 전례가 많고, 그가 다음 행보를 위해 우수한 실적을 거두려고 무리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FA-50 전투기의 짧은 항속거리에 대한 불만이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자 나온 대안이 2인승인 FA-50의 조종석을 1인승으로 개조하면 최소 100㎞ 이상의 전투행동반경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KAI는 ‘공군에서 예산을 주면 개발하겠다’고 한다. 자유 시장경제와는 동떨어진 사고다. 최근 기업 자체적으로 신무기를 개발해 국제시장에서 호평받는 한화디펜스와는 반대의 행보다.

1970년대 프랑스 유로콥터가 만들어 국제시장에서 큰 평가를 받지 못했던 ‘퓨마’ 헬기를 들여와 각종 항전장비를 현대화시킨 헬기가 ‘수리온’이다. 국민은 40년 된 것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이 헬기를 21세기 최첨단 순수 국산 헬기로 오해하고 있다. 헬기 선진국은 지금의 헬기보다 2배로 빠르고 2배로 멀리 가며, 획기적인 외양의 차세대 헬기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KAI의 매출을 보장하기 위해 1970년대 바탕의 구형들을 들여와 중형과 소형 헬기를 계속 군에 납품해야 한다. 세계 전투기 시장은 5세대 스텔스기가 상용화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전투기 생산국이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KAI는 4세대 비(非)스텔스 전투기인 KFX를 개발하고 있다. 홍보를 얼마나 잘했는지 KFX는 성역화돼 여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려면 여론의 뭇매를 각오해야 한다.

소형 헬기인 UH-1을 대체하기 위해 들여온 수리온은 이제 영역을 넘어 중형 헬기인 UH-60을 밀어내려 한다. 세계 최강 기동헬기인 UH-60을 130대가량 보유 중인 육군은 이 헬기의 개량 사업을 하려 하는데, KAI는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더 투입해 수리온을 더 생산하고 싶어 한다. 국방부는 헬기TF를 만들어 이를 밀어주는 모양새다. 해병대 공격헬기는 과거 수차례 연구 용역을 통해 미제인 AH-1Z 바이퍼 공격 헬기가 낫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이를 무시하고 다시 수리온의 해상무장형(武裝型)을 만들어 해병대 공격헬기로 납품하려 한다. 그래서 이름도 ‘해병대 공격헬기’에서 슬그머니 ‘해병대 무장헬기’로 바꿔 부르고 있다. 이러니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국가안보를 수호하기보다는 국민 혈세와 군 전력을 희생하면서 ‘KAI 안보’를 위해 일하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 문제점을 주제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전직 방위사업청 관계자와 육군 장교는 하나같이 수리온은 UH-60을 대체할 능력이 안 되고, AH-1Z 바이퍼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출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그들은 현역 시절 수리온과 KFX 등 항공무기 전반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이다. 세미나에서 한 의원은 “국방부와 방사청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무기 도입에 집중해야지, 특정 기업을 위해 일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KAI는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스스로 우수한 항공기를 만들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젊은 장교들이 장관·참모총장·사령관이 KAI 사장보다 힘이 약하다고 더는 자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KAI는 민영화가 답이다. 더는 군에 기생해 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충(蟲)’이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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