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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 수사 공격은 사법방해 重罪

기사입력 | 2020-11-10 11:41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에 따른 직접 손실만 5600억 원에 이른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고용 감소도 경북지역에서만 32만 명이라고 한다. 우리의 세계적인 원전 기술이 후퇴하는 계기로 작용함을 고려하면, 그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나온 ‘예고된 참사’다. 한수원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폐쇄 결정을 하려니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낮게 조작한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자료를 감사한 감사원이 그 타당성을 부인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야당의 검찰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계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민주국가라면 당연한 법 집행 절차다.

그런데도 여권 고위 정치인들이 일제히 나서서 ‘정치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흔들려고 편파·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맞보기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감찰할 것을 지시했다. 헌법에 의해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은 감사원이 내린 결정에 따라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사기관에 대해 수사 방해를 노골적으로 하는 주체가 법무부 장관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대해 그 대상들이 대놓고 압력을 행사하는 게 일상화해 가고 있다. 검찰 수사를 정치색으로 몰아가기 일쑤다. 공문서를 조작하거나 없앤 공무원들도 수사하지 말라는 말인가. 원전 산업 종사자들의 삶을 파괴하고 국민 세금을 축내면서 외국 세력의 이권과도 연결된 고리를 수사하겠다는데 “정치인 총장의 정부 흔들기”가 그 실체라는 말인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감사원에 요구한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 결과는 탈원전의 타당성과 정치적 배경을 따지는 일과 연결된다. 이 때문에 집권 세력은 그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을 철저히 봉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감사 시한을 많이 넘기면서도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고, 국회 법사위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을 출석시켜 고강도 압박까지 가했다. 그런 가운데서 발표된 감사 결과라면 그 신빙성은 보장된 셈이다. 그 결과에 따른 의혹을 수사하겠다는데 이젠 수사기관을 원색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무위원이 수사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벌이는 압박 행위는 헌법상 탄핵 대상인 사법방해 행위다. 미국에선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를 형사처분하도록 연방 법에 못 박고 있다. 미국 하원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음 발의한 것도, 그의 측근이 대선 때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조사 중이던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트럼프 측이 회유·경질했고, 법무장관을 통해 수사에 압박을 가했으며, 증거를 은닉하고, 특검 수사에 대해 개입을 시도한 것들이 각각 사법방해 행위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선 중죄(重罪)로 취급되는 사법방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여권 인사들과 법무부 장관의 행태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감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법 집행 시스템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으니 정말 필요한 것은 검찰개혁 이전에 정치혁명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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