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르코, 통한의 연장패… ‘메이저 무관’으로 떠나다

이미지 크게보기 타이거 우즈(왼쪽 두 번째)가 2005년 마스터스 4라운드 16번 홀 칩샷 후 홀 끝에 걸쳐있는 공을 향해 들어가라며 몸짓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연장 첫 홀서 우즈 버디로 고배

2006년 디오픈서 또 우즈에 져
메이저 못 품고 28년 투어 은퇴
PGA ‘불운의 아이콘’으로 남아

이미지 크게보기 크리스 디마르코(왼쪽)가 연장전에서 패한 뒤, 타이거 우즈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홈페이지

지난 2005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크리스 디마르코(미국)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는 플로리다대에서 골프선수로 활약하다 1990년 프로로 데뷔했다. 하지만 25년이 지나도록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다. 6개월 전이던 2004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디마르코를 포함, 3명이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그때 비제이 싱(피지)에게 패한 아픔이 있었기에 절치부심했다.

디마르코는 첫날을 5언더파로 마치더니 2라운드 역시 독주를 이어갔다. 반환점을 돌면서 10언더파를 쳐 2위에 4타 앞섰다. 3라운드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맹타를 휘둘렀다. 우즈는 3라운드에서만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면서 중간합계 11언더파가 됐다. 디마르코는 전반에 3타를 줄였지만, 후반에 5타를 잃었다. 디마르코는 8언더파로 내려앉아 우즈에 오히려 3타 뒤진 2위가 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디마르코는 4라운드에서 우즈와 챔피언조로 묶였고, 추격자 신세가 됐다. 디마르코는 12번 홀에서 1타 차로 우즈를 따라붙었다. 16번 홀(파3)이 변곡점이었다. 디마르코가 먼저 7번 아이언으로 홀 3m에 붙여 박수를 받았다. 8번 아이언으로 친 우즈의 티샷은 그린 왼쪽 둔덕에 떨어졌다. 디마르코가 우즈와 동타를 이룰 기회였다.

두 번째 샷을 앞둔 우즈는 심란한 표정을 지으며 공과 홀 사이를 오가더니 결심한 듯 내리막 8m 거리에서 칩샷을 했다. 경사도뿐만이 아니라 거의 90도를 돌아야 하는 직각 브레이크여서 홀 주변에 공을 세우기도 어려웠다. 우즈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런데 7m가량 직선으로 굴러가던 공이 갑자기 90도로 각도를 틀더니 아래쪽 홀을 향해 천천히 굴러갔다. 멈출 듯, 말 듯 하던 공은 홀 1㎝ 앞에 섰다. 중계화면엔 우즈의 후원사 나이키의 로고가 1초 남짓 정지된 화면처럼 선명히 보였다. 그린을 둘러싼 수천 명 갤러리의 탄식이 들렸다. 잠시 뒤 공이 한 바퀴 더 구르면서 홀 속으로 사라졌다. 마스터스가 끝난 뒤 나이키에서 이 장면을 광고에 반영할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우즈의 기적과 같은 버디 칩샷을 본 디마르코는 버디 퍼트를 놓쳐 파가 돼 2타 차로 벌어졌다. 2개 홀이 남았다. 디마르코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었다. 우즈가 17, 18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 6차례의 마스터스 플레이오프 중 2번째 홀까지 간 적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오프 첫 홀(18번)에서 우즈는 버디, 디마르코는 파. 디마르코는 6개월 사이 두 차례 연장전에서 모두 패했다. 메이저 우승을 향한 디마르코의 간절한 바람은 이듬해인 2006년 브리티시오픈까지 이어졌지만, 또다시 우즈에게 2타 차로 패해 2위에 만족했다. 불운의 아이콘이 된 디마르코는 28년간 PGA투어에서 활동했지만 단 한 번도 메이저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현재는 시니어무대인 챔피언스투어로 물러났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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