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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부대가 들어와 外交장악… 中 홍위병시대 같아”

박현수 기자 | 2020-10-30 11:25

중국 정치 연구 50년…‘저우언라이 평전’ 펴낸 정종욱 교수

“정통 외교 관료 다 날려보내면
정상적인 외교가치 누가 지키나

한미·한중관계 서로 다른 성격
지금과 같은 전략은 부적절해”


“요즘 정부의 외교 행태를 보면 196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을 동원한 ‘조반(造反) 외교’를 보는 것 같습니다. ”

중국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저우언라이의 (周恩來)평전(민음사)을 최근 발간한 정종욱(사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당시 저우언라이가 홍위병을 억눌러, 정상적인 외교로 대치하고, 전통적인 외교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 외교를 보면 그런 역할을 해 줄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저우언라이가 출중한 외교력으로 현대 중국을 이끌었다는 정 교수는 “우리 외교부에는 외교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 전문가들을 존중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외교가 굴러가게끔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정통 외교 관료들을 전부 다 날려 보내고, 외인부대가 들어와서 외교를 장악해 휘젓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 홍위병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50여 년간 중국 정치를 연구했으며, 대통령 외교 안보 수석과 주중 대사,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국내 1세대 중국 연구자이자, 한·중 수교 이후 초창기 대중 외교를 직접 담당한 외교관으로서 이론과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중국통’으로 손꼽힌다.

“중국이 오늘날 국제 사회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단연 미·중 데탕트입니다. 국제무대의 변방에 있었던 중국은 데탕트로 인해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설 수 있었어요. 이는 저우언라이의 대표적인 외교 업적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다시 미·중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남북 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도 극심하게 변동하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갈등과 극단으로 치닫는 오늘날 국내·외 정세에서 저우언라이와 같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외교 문제에 대해 대단히 걱정하는 국민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외교의 큰 축이 한·미관계인데, 현 정부 들어 한·중관계로 대치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현 정부가 그걸 추구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한·미관계는 기본적으로 가치동맹이고, 전략적인 동맹인데 반해 한·중관계는 다른 성격의 관계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는 좋지만, 지금과 같은 외교 전략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책 기조가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그런 부분들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대북관계에 너무 올인하면, 대미, 대중, 대일외교 등 다른 외교는 설 땅이 없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 외교가 정상화할 수 있겠는가.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 제도하에서 정권은 바뀔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정권에서 대북관계 기조를 바꾸려고 할 때 혼란스럽고 인지부조화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저우언라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깨끗한 삶과 투철한 공인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평전 집필을 위해 직접 중국 현지를 답사하며 저우언라이가 남긴 흔적을 살핌으로써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았다.

그는 “저우언라이는 5무(五無)의 삶을 살았다”며 “다섯 가지가 없다는 뜻인데, 사는 동안 후손이 없었고, 높은 관직에 있었으나 사사로움이 없었고, 당원으로서는 지나침이 없었고, 많은 일을 했으나 원한을 사지 않았고, 죽어서 시신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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