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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투자하는 2030]

“오늘도 주식·부동산에 영끌”… ‘빚투 세대’의 슬픈 희망가

이승주 기자 | 2020-10-30 10:07

예·적금 깨고 ‘마통’에 더해
부모에게 손 벌려 돈 굴리기
2030 최근2년 주담대 128조
올 신용융자잔고 1조4600억
‘따상’ ‘시세차익’에 다 걸어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해 큰 재미를 봤다. 신용대출로 마련한 자금 3000만 원을 바이오주에 투자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투자했던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평가금 2억5000만 원에 모든 주식을 매도했다. 세금 약 5000만 원을 제하고도 시세차익만 2억 원가량을 거둬들인 셈이다. 6월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를 9억 원에 매매한 박 씨는 9월 잔금을 치르면서 주식 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사용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존 전세금을 더해도 자금이 부족해 부모님께 지원을 받으려했으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빚을 내 투자했던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며 “집도 계약 후 호가가 1억 원 이상 훌쩍 뛰어 투자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빚을 내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한창이다. 전 세계적으로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등하는 흐름에 올라타려는 모습이다. 이들은 보유 중인 예·적금부터 시작해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권 대출을 비롯해 부모님께 돈을 빌리는 ‘부모 찬스’까지 써가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30 “영끌은 최선 다하는 것”

2030의 주 투자처 중 하나는 주식시장이다. 부동산과 달리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나 무직자, 근무 기간이 짧은 직장인이 많은 20대가 주식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신용융자(개인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주식 매수대금 융자) 잔고 추이’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지난해 말 1600억 원에서 지난달 15일 기준 4200억 원으로 9개월간 162.5% 증가했다. 30대도 86.3%(1조2000억 원) 급증했다. 전체 신용융자잔고 16조4000억 원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8%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마이너스 통장 등을 활용한 주식 투자도 활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5대 시중은행 신규 신용대출 현황’을 보면, 30대의 신규 대출은 올해 8개월 만에 13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3% 급증해 이미 지난해(12조4000억 원) 대출 규모를 넘어섰다. 2017년∼2020년 8월까지 신규 신용대출 141조9000억 원 가운데 47조2000억 원(33.3%)을 30대가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또한 14조2000억 원(10.0%)을 대출받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남편과 함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투자자금은 마이너스 통장, 기존 예·적금 깨기부터 지인과 부모 찬스까지 활용한다. 부동산 경매 입찰에 들어갈 땐 자녀 통장 자금도 예외가 아니다. 하반기 공모주 청약에서는 SK바이오팜에 980만 원을 넣어 1주, 카카오게임즈에 4800만 원을 넣어 3주, 빅히트에는 6750만 원을 넣어 2주를 받았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 기록 후 상한가) 등 기회를 노려 차익 실현을 한 결과, 총 39만5000원의 짭짤한 수익을 냈다. 정 씨는 “이미 자산을 충분히 확보한 사람들 시각에서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선택권이 다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가결한 선택”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노동소득 외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 신규 주택담보대출 128兆

30대를 중심으로는 부동산 ‘영끌’ 투자가 뜨겁다. 2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산 형성이 잘 된 데다 금융권으로부터 큰 규모의 대출을 내기도 쉽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2년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자료에 따르면 2030이 최근 2년간 받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총 127조8000억 원이다. 전체 신규 대출액(288조1000억 원)의 44.4%에 해당한다. 30대가 102조7000억 원, 20대가 25조1000억 원을 대출받았다.

평균 주택가격이 10억 원을 넘어가는 서울 아파트의 경우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최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금조달 입주계획서’ 38만4000건(2017년 9월∼2020년 10월 19일)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3억 원 이상 주택을 구입한 2030의 평균 매입가격은 7억3000만 원이며 이들의 주택 대금 중 자기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2.9%(3억1000만 원)였다. 나머지 57.1%(4억2000만 원)는 차입금, 즉 빚이라는 뜻이다.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대한의 빚을 떠안고 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승주·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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