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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겪지 않은 청년층
부채위험 제대로 인식 못해
투자실패, 트라우마로 남아
사회 향한 ‘냉소’ 커질수도

2030이 다른 세대보다 유독 ‘빚투(빚내서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2030이 빚투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일자리 부족 문제를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의 채용이 줄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이 합쳐졌다는 분석이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청년 체감 실업률은 25.4%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최악을 기록했다. 15∼29세 청년층과 30대의 실업 및 잠재실업자는 200만 명에 육박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고성장 시대라 뭐라도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2%대로 직업을 잡기도 어렵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기 어렵다 보니 장기적으로 도박성 행동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30이 다른 세대보다 부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변화된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초저금리 시대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2030세대는 부채에 대한 부담감이 낮아져 있다”며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빚의 가치는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부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30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을 겪지 못해 부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까운 30대와 40대를 놓고 비교하면, 젊을 때 IMF 사태를 경험한 40대와 달리 30대는 사회의 쓴맛을 아직 보지 못하고 세상 물정도 잘 모른 채 겁 없이 빚투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저성장 시대, 향후 1∼2년 내에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조정이 세게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빚투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의 빚투 끝에는 소수의 승자만이 남기 때문에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교차한다. 오찬호 사회학 박사는 “임금 노동의 희망이 사라진 분위기가 20년 이상 지속됐는데 노동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 고민은 하지 않고 미디어에서 계속 자본주의 경쟁 시대라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며 빚투를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근시안적으로 사회를 보게 되면 공동체 전체에 차별과 혐오를 야기하게 된다”며 “경제활동에 대한 첫 경험이 빚투로 인한 트라우마로 남으면 사회에 대한 냉소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비전과 전망이 있다면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그 궤도를 따라가려고 하겠지만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투기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불황 시그널이 오면서 한탕주의가 팽배해지고 각자도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보름·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