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보다 북한 정권의 심기(心氣)를 더 앞세운다는 의심을 더 키웠다.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국민의 걱정이 크실 것”이라며, 북한도 인정한 북한군의 지난달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을 ‘국민 사망’으로 규정했다. 북한의 도발 속에선 평화체제도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외면한 채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북한 만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인지부터 묻게 한다. 애초엔 청와대 국가안보실도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했다”고 했었다. 국방부와 통일부도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반인륜적” 등으로 규탄했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에 미안하게 생각’ 운운 통지문을 9월 25일 보내온 뒤, 정부 입장이 돌변한 배경도 문 대통령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9월 27일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 발표에서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운운으로 흐렸고, 9월 29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계기로 당·정·청이 일제히 ‘서해상의 우리 국민 사망 사건’으로 변색시켰다. 정부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문 대통령마저 그래선 안 된다. 북한의 도발·만행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이는 정상적인 대통령의 기본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