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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노인층에서 돌연사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정부는 불안 해소보다는 백신 접종사업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전문가 등의 논의를 거쳐 독감 접종과 사망 사이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면서, 독감 백신 관련 허위 정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도 한다. 정부는 국민이 왜 불안해하는지 깊이 생각지 않는 듯하다. 먼저 주변 상황부터 예년과 다르다. 백신 유통 과정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일시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백신을 긴급 회수하고 안전에 이상 없다는 발표를 통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얼마 뒤에는 독감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검출돼 회수에 들어갔다. 이미 6000명 넘게 해당 백신을 접종한 뒤였다. 이어 70대 이상에게 무료 독감백신 접종을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노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1주일간 백신 접종 유보를 권고했을 정도다.

이후 정부 발표도 불안감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를 포함한 정부 당국 그 누구도 사망원인이 ‘백신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가능성이 작다’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등 명확하지 않은 발언으로 일관했다. 사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을 한 65세 이상 668만 명 가운데 접종 후 7일 내 사망한 노인이 1531명이라며 현재 상황이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발표로 불안감을 더 키웠다. 해당 통계는 올해 접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 발표했는데, 그동안 매년 1500명이나 되는 노인이 접종 후 7일 내 사망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독감백신접종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매년 이 사실을 미리 알렸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고령층에 접종 전에 특별히 건강 상태를 더 관리하고, 접종 후에도 건강 상태를 지속 점검할 여지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은 어땠는가. 백신 효과가 2주 후에 나타난다며 11월 이전 접종이 권장됐으며, 특히 올해는 트윈데믹(twindemic)까지 거론하면서 서둘러 맞도록 유도했다. 코로나19 걱정이 컸던 국민은 앞다퉈 백신을 접종했고, 실제 병원마다 접종을 위한 긴 줄이 자주 나타났다. 많은 노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접종하기보다는 의료기관의 백신 수급 상황에 맞춰 서둘러 접종했다.

만약에 70대 고령 사망자들이 환절기에 백신을 맞기 위해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렸다가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또 매년 1500명 이상의 노인이 접종 후 7일 내 사망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과가 같았을까?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은 기온 차가 큰 환절기에 병원 밖에서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돌연사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뒤늦게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안전한 예방접종이 필요하며, 올해 독감 유행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또 장시간,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접종을 기다리면 심혈관·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따뜻한 시간대에 예방접종을 해달라고 했다. 이미 수없이 많은 고령층이 접종했고 적지 않은 돌연사가 발생한 뒤다. 정부 발표대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해도 백신 접종 1주일 내 1500명의 노인 사망이 정상인지 되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사인 규명과 안전한 백신 관리 및 접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