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경제성에 대한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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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24일 한 TV 토론회에서 여당의 모 의원이 재생에너지 가격이 싸져서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다는 것을 경제성이 좋아진 것으로 주장했다. 예를 들어, 태양광 사업자가 전기를 납품하면서 돈도 같이 내게 되니 소비자의 전기요금이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마이너스 가격이 될 때가 있다는 건 사실이나, 전기요금이 내려간다는 것은 틀렸다. 왜 그럴까? 태양광 설비도 많아야 하고, 태양광이 없을 때 쓸 설비도 많아야 하므로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너스 가격은 보조금 수령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태양광 사업자는 전기를 납품해야 그 양에 비례하는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납품해야 보조금을 받으니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지면 공급과잉으로 0원을 써야 납품이 가능한 일이 생긴다. 그래도 보조금을 받으면 수익이 생기니 0원에 납품한다. 너무 과잉이 심하면 마이너스 가격을 써내기도 한다. 그래도 보조금을 받으면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입찰에 참여하는 가스·석탄·원자력 등의 사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마이너스 가격을 써서 내든지 아니면 납품을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마이너스 가격이 되는 시간이 1∼2시간으로 짧아서 발전소를 정지했다가 다시 가동하는 비용과 그냥 발전하고 손해 보고 납품하는 것을 비교해서 손해가 덜한 쪽으로 결정하게 된다.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되는 짧은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다. 예를 들어, 밤인데 바람마저 불지 않으면 가스·석탄·원자력 등을 총가동해야 한다. 특히, 추운 겨울밤 바람마저 없으면 전기 수요는 높고, 태양광·풍력 공급이 안 되니 가스·석탄·원자력 전기를 몽땅 다 쓰고도 모자라게 된다. 이때 납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이 상황에서는 마이너스 가격을 따라가느라 손해를 본 가스·석탄·원자력 전기사업자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높은 납품 가격을 요구하게 된다. 단순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수요는 많은데 태양광·풍력 용량이 날아간 상황이니 가격은 치솟는다. 결국,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되는 시간은 짧고, 높은 가격대 시간은 길어져 전체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 보급을 더 늘려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면 가스·석탄·원자력 등의 발전사업자 가운데 일부는 도산할 수도 있다. 그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바람마저 없는 야간에 가용한 발전기를 모두 동원해도 공급을 못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정전 위기가 오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풍력을 30% 넘게 늘린 독일의 전기요금은 같은 유럽의 스웨덴이나 프랑스 등에 비해 50% 이상 높다. 2006년 대비 50%가 올랐다. 태양광 용량을 늘려 일시적 전력 공급과잉으로 마이너스 납품단가가 나올 정도로 태양광·풍력 공급과잉이 되면 이중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태양광·풍력 설비 비용도 부담해야 하고, 이들이 없을 때 전기를 만들 다른 설비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태양광 전기 마이너스 납품은 경제성이 좋아진 게 아니고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 전력수급 계획대로면 2030년까지 최소 30% 안팎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생긴다. 이를 가정용으로 부담하면 요금이 3배 정도 올라야 한다. 독일도 그렇게 가정용 요금을 올려 우리의 3배 가까운 요금을 낸다. 향후 태양광이 싸지고 심지어 마이너스 가격이 되니 소비자는 공짜로 전기를 쓰게 된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전기료 올리는 데 대한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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