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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주인공 스티븐 연
영화제작 뒷얘기·소감 밝혀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 물망

“진실한 이야기, 우리가 아는 한국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제작에도 참여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초청작 ‘미나리’의 주인공 스티븐 연(사진)이 영화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와 소감을 밝혔다. 스티븐 연은 지난 2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나리’ 기자회견에서 “이민자들의 삶에는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다. 세대, 문화, 소통의 차이로 그럴 수 있다고 느껴왔는데, 정이삭 감독이 만든 내용을 보며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진실하고 정직하게 만들었다는 인상을 받아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카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다 자기 농장을 일구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 마을로 이사 간 ‘제이콥’의 꿈과 현실, 아내 모니카와의 갈등 등을 그린다. 미국 제작사 A24가 제작하고, 플랜 B의 브래드 피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국 영화이지만 한국계 혹은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대사의 90% 이상이 한국어다. 그런데도 올해 초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벌써 내년 4월 열릴 아카데미상의 후보작으로 거론될 정도다.

제이콥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 살면서 느낀 건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것, 중간에 끼어있다는 것이었다”며 “그렇다 보니 가족끼리 훨씬 더 결속했다. 바로 그런 이야기가 이 영화 안에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 미국으로 이주한 1.5세대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편한데 이번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영어는 일부러 어눌하게 표현했다. 버라이어티는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배우론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며 “이미 제작사인 A24와 함께 아카데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이번에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힘을 보탰다. 그는 “미국 사람들이 보는 한국인과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인은 전혀 다르다. 진실한 이야기, 우리가 아는 한국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제작의 모든 경로에서 함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작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나리’는 극 중에서 제이콥의 장모가 키우는 작물이다. 역시 이민자인 정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바탕이 됐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