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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적반하장’ 추미애

김세동 기자 | 2020-10-22 11:33

김세동 전국부장

1조6000억 원의 환매중단사태를 빚은 라임 펀드 사건 주범의 편지를 빌미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수사 검사들을 감찰하고 교체했다. 수많은 투자자의 한숨과 피눈물을 짜 제 배를 채운 희대의 사기사건 범죄자의 기본 사실부터 틀린 이상한 폭로에 법무장관과 여권이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여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을 덮어버리기 위한 것이다. 이 정도 천문학적인 펀드 사기사건은 권력 실세들과 금융당국의 도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86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7월에 구속됐고, 기동민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자 수사 방향을 여권 게이트에서 수사 검사와 윤 총장, 야당으로 돌리는 되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8일 이상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건넬 돈 5000만 원을 이강세에게 전달했다”고 여권에 치명타가 될 증언을 했다. 그런데 그는 8일 뒤인 16일 자필 편지를 공개, “야당 정치인, 현직 검사에게 로비했다고 밝혔으나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추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팀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틀 뒤 “야권 정치인, 검사의 구체적 비위가 있었으나 수사가 안 됐다. 윤 총장은 보고받고도 철저한 수사 지시를 안 했다”고 밝혔다. 이게 잘 짜인 시나리오라는 느낌이 드는 건, 김봉현이 16일 공개한 편지는 9월 21일 자 발송날짜가 찍혀 있다. 법정 폭로 최소 17일 이전에 “(내) 변호인이 검찰과 짜고 여당 정치인들과 강기정 수석을 잡아주면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는 편지를 미리 써 놓고 천연덕스럽게 ‘강기정 5000만 원 전달’을 거짓 증언한 것이다. 위증 처벌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부러 재판정을 농락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김어준이나 유시민의 논점을 빌리면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공작의 음모 또는 잘 짜인 시나리오의 냄새가 난다. 김봉현의 폭로가 나오자마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는데 이는 대한민국이 생기고 네 번째로, 세 번의 수사지휘권이 추 장관 취임 9개월 동안 발동된 것이다. 수사지휘권 남발이 문제가 되는 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단히 정파적인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겸직하는 상황이 발생, 검찰독립 및 법치주의에 심각한 침해가 된다는 점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내세운 논리도 완전히 적반하장인 게, 수사를 방해한 건 윤 총장이 아니라 추 장관이다. 추 장관은 올해 1월 3일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이런 대형 금융범죄 수사에 정통한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했다. 그는 또 8개월 동안 네 차례나 이뤄진 인사를 통해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을 교체했다. 라임 사건은 추 장관의 인사 손때가 묻은 현 검찰에 맡기면 안 된다. 특별검사제를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 여당 대표 때 자신의 보좌관에게 아들 군부대 지원장교 휴대전화 번호를 보내고, 아들 병가연장과 관련한 처리 과정과 결과를 카카오톡으로 받았는데 지시를 내린 것도, 보고를 받은 것도 아니라는 추 장관의 말도 안 되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서울동부지검의 처신은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타락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라임 사건도 그렇게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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