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라임 수사’ 박순철 지검장
“윤석열 총장 지휘권 박탈
의혹 근거들 사실과 달라”

‘라임 펀드 의혹 및 정치권 로비’ 수사 지휘를 맡아온 박순철(사법연수원 24기·사진)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검찰 내부가 요동치고 있어 자칫 ‘검란’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특히 박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는 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쳐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라임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검사들의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셔서 감사한다”는 내용의 지지 댓글이 실명으로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박 지검장은 입장문에서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라임 수사에서 배제하도록 한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하지만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 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것으로,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며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지검장은 끝으로 “그동안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오지 못해 송구스럽지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