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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문화부 차장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공모주 청약을 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최고였다. 지난 5∼6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 모인 증거금은 무려 58조 원. 한 달 전 카카오게임즈의 역대 최고 증거금 기록(약 58조4000억 원)에는 살짝 못 미쳤으나 흥행몰이를 한 SK바이오팜(약 30조9000억 원)은 훌쩍 뛰어넘었다. 언론 매체들은 앞다퉈 빅히트 주식의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가능성을 보도하며 ‘엔터 대장주’로서의 장밋빛 미래를 점쳤다.

덩달아 굵직굵직한 호재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10∼11일 열린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은 ‘대박’이 났다. 이틀간 유료 접속자 수가 99만3000명. 기본에 해당하는 멀티뷰 티켓이 4만9000원이었는데 이것으로만 따져봐도 시청권 매출이 491억 원에 이르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콘서트가 사라지다시피 한 요즘,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봐도 엄청난 수입이었다.

13일엔 미국 빌보드 차트를 또 점령했다. 영어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1위를 한 뒤 2위를 지키는 데 이어 이번엔 한글 가사로 피처링한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가 1위를 하면서 곡 2개를 동시에 1, 2위에 올리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15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방시혁 빅히트 의장은 “기업과 아티스트, 소비자, 종사자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산업 구조를 혁신하겠다”고 자신했다. 예상대로 개장 직후 빅히트 주식은 곧바로 ‘따상’을 향했다. 하지만 이날 빅히트의 종가는 시초가(27만 원) 대비 4.44%포인트 떨어진 25만8000원에 마감됐다. 그리고 20일 종가 18만2500원까지 나흘 연속 하락했다. 상장 첫날 고점(35만1000원)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한 시세. 급기야 ‘개미’ 투자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전세 자금을 날렸다”는 한숨이었다.

빅히트 주식이 예상과 반대로 ‘반토막’이 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지목되고 있다. 증권계에선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공모 희망가를 꼬집는다. 희망가 13만5000원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시가가 약 3만∼4만 원대에 형성돼 있는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 빅히트가 4개의 레이블과 7개의 종속 법인, 100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규모 있는 회사라고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이 방탄소년단에 쏠려 있는 점도 문제다. 이들이 데뷔한 지 7년이고, 김석진 등 멤버들의 군 입대로 인한 공백이 현실로 다가오는데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엔터주 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에 있는 것 같다. 아직은 그들을 믿을 수 없다는 해묵은 시선이다. K-팝이 어느 때보다 융성하고 있으나 이것과 수익은 별개라는 인식이다. 이는 SM이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지난 20년간 극심한 부침을 겪었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빅히트가 하락할 때 SM, JYP, YG의 주식도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외풍’에 너무 취약했다. 아이돌 그룹에 기반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대한 뿌리 깊은 회의와 우려를 씻어내지 않으면 어렵다. 빅히트가 해야 할 일은 실적 개선보다 인식 전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