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의원 국정감사서 지적
“심재 50㎜ 중 49㎜ 불타고
1㎜만 남아도 합격 유통돼”

지난 4월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부터 지난 8일 울산의 고층 주상복합 건물 화재에 이르기까지 취약한 방재시스템에서 비롯된 ‘후진국형 화재참사’들이 우리나라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화재 안전 성능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이전에도 매년 봄·가을 중소형 공장 및 창고에서 발생하는 화재까지 감안하면 적잖은 피해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 확실한 원인 규명과 입법을 통한 대책 마련을 통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후진국형 화재참사’의 주요 원인으로는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심재’가 지목된다.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비롯해 화재가 발생한 공장 및 창고 건물은 공통적으로 대부분 샌드위치 패널 건물인데, 이 중에서도 ‘심재’가 불에 약한 스티로폼 및 우레탄폼 등 가연성 제품으로 만들어지면서 화재가 더 쉽게 번지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16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장에서 스티로폼 패널 화재 시험 영상을 틀며 “(스티로폼 패널은) 5분이 지나지 않아서 구조물 전체가 완전히 폭삭 무너졌다”며 “이게 정부로부터 준불연재 성능을 인정받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샌드위치 패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허가해 유통되고 있는 패널이 불에 약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허 의원은 이어 “일본의 경우 패널 심재에 변형이 생기면 바로 불합격 처리를 하는데 우리나라는 만약에 심재 전체가 50㎜라고 한다면 49㎜가 녹고 1㎜만 남아도 합격 처리한다”며 “가연성 마감재와 단열재 그리고 이 심재의 화재 안전 성능 등 실험기준과 평가 기준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규를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 현장과 괴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샌드위치 패널 심재 성능 기준 강화’ 관련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다중이용시설 등에 사용하는 건축 마감재는 준불연재료 이상의 성능이 있는 것을 사용하도록 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