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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하수인 만드는 추한 검찰개혁

기사입력 | 2020-10-16 11:51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일상이 돼 가고 있다. 터지면 터질수록 방패막이를 더 많이 수사기관에 밀어 넣었으니 그럴 수밖에. 검찰개혁을 핑계로 수사 인력을 바꿔 버리는 수법은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다. 방패막이로 자처하고 나서는 칼잡이도 많다. 그들도 정권 유지에 더 많이 기여하고 그 약점을 더 많이 알수록 출세 가도를 보장받는다. 현 정권처럼 확실하게 보답하고 화끈하게 공동운명체로 가는 정권도 드물지 않은가.

검언유착인지 권언유착인지에 대한 수사는 이미 뭉개기 수순이고, 눈엣가시 같은 검사는 한직으로 계속 돌리면 된다.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 수사는 6개월 동안 뭉개고 있는데 별 탈이 없지 않은가.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재판도 검찰팀을 대폭 줄이고 재판부에도 계속 유언무언의 압박을 가하면, 작은 상처로 마무리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펀드 게이트가 터지려 하는 것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결국, 검찰과 법원의 인사를 장악하면 뭐든지 막을 수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다.

정치권력에 충실히 봉사한 과거의 검찰 이미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그대로 데자뷔 되고 있다. 검찰개혁을 한답시고 그러니 더욱 가관이다. 지금의 정치권력의 이익에 충실히 봉사하라고 하는 건 개혁 세력을 보호하는 것이니 괜찮다는 것인가. 우리들병원, 코링크, 신라젠, 라임, 옵티머스 등 그 이름과 수도 기억하기 어려운 권력형 금융·펀드 사건의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우선, 검찰 내부에서 검찰총장의 지시나 의지가 이미 통하지 않게 된 게 분명하니, 특검(特檢)을 임명해 독립적인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게 불가피하다. 깔아뭉개고 있는 권력형 비리들을 하나둘씩 제대로 수사하도록 특검에 위임해야 한다. 공수처는 처장 임명조차 못 하고 있고, 임명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니, 이미 제기된 권력형 비리 사건들을 공수처에 맡겨선 안 된다. 특검이 싫다면 검찰총장이 실질적으로 수사를 지휘할 수 있도록 정권과 검찰 내부 ‘하수인들’이 협조해야 한다.

검사들 전체 화상회의라도 열어서 어떻게 수사팀을 꾸리고 진행할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라도 해 보라.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체계의 마지막 양심을 걸고 스스로 중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검찰 스스로 챙겨야 한다. 당장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만이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검사 집단 전체에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수 있다. 검찰 내부 통신망도 있으니, 비공개로 제한 없이 토론의 글을 올려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내부 조치할 수 있지 않은가.

보다 근본적으로, 또다시 이상한 이들이 정치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검찰로 하여금 엉뚱한 생살을 잘라내고 속병은 이용할 대로 이용하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찰총장을 모든 검사가 스스로 복수로 선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통령은 그들 중에서 1인을 총장으로 임명하면 된다. 신망 있고 전문성 있는 총장이 임명될 것이고, 평검사들의 눈이 무서워 총장은 절대로 부패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권의 외압은 사라질 것이고,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축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고질병의 근원인 검찰은 세계 최고의 법 집행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것이 검찰개혁이다.

검찰 권력과 연결된 온갖 권력형 비리로 몸살을 앓던 브라질이 이것저것 다 해본 결과 얻은 해법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브라질로부터도 기본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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