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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교육을 사치품으로”… 학업 중단 → 빈곤 악순환

장서우 기자 | 2020-10-16 12:27

15일 이집트 카이로의 노트르담 학교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투명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15일 이집트 카이로의 노트르담 학교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투명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고 있다. EPA 연합뉴스


- 교육기회 박탈당하는 1020

전세계 아동 15억명 ‘봉쇄’ 영향
4억6300만명은 원격수업 못해
생계위해 광산·목공소로 내몰려
아동노동 금지 케냐선 성매매도
英청년실업률 올 17%폭증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10∼20대가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빈민국 아동들은 가계소득 악화로 학교수업 참석은커녕 광산·목공소로 팔려가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대학교육이 파행 운영되면서 이들이 ‘교육을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간, 국내 간 교육격차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전염병이 교육을 사치품으로 바꿔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학교 폐쇄 등의 방역 조치로 영향을 받고 있는 아이들은 전 세계에서 약 15억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최소 4억6300만 명의 아이들은 원격학습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헨리에타 포레 유니세프 총재는 “세계적인 교육 비상사태”라면서 “이 같은 파급효과는 앞으로 수십 년간 경제·사회 전반에서 체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빈민국 아이들은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스트리드 올랜더 유니세프 멕시코 교육위원장은 “어린이의 노동이 많은 가정에서 생존의 메커니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산악지대에 사는 소년 안드레스 고메스(11)는 매일 아침 호박 광산으로 들어가 개당 1∼5달러를 받고 팔 수 있는 호박 조각을 캔다. 멕시코에선 14세 이하 어린이가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교 주변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아이들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비공식 고용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볼리비아에선 6세 아이가 학교 대신 가족이 운영하는 목공소로 향하고 있다. 아동노동을 금지한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지난 3월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 1000명에 달하는 여학생들이 성매매를 시작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의 경제 전문 싱크탱크 레졸루션파운데이션(RF)은 영국에서 현재 5.5%로 사상 최저 수준인 18∼29세 청년층 실업률이 올해 말에는 1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이었던 1984년과 같은 수준으로, 불안정한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청년층은 1년 새 80%나 불어났다. 봉쇄 기간 65세 이상 노인들이 50㎡의 방에서 생활하는 반면 16∼24세 청년들은 평균 26㎡의 공간에 갇혀야 한다. 한 보수당 의원은 “장기 청년 실업으로 ‘코로나 세대’를 잃게 될 위험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업 중단 기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가능성도 작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생의 초기 단계부터 교육수준이 뒤처진 사람들은 ‘구직 기회 축소→ 잠재 소득 감소→ 빈곤’의 연쇄적 영향을 일생에 걸쳐 받게 된다는 것이다. 멕시코 치아파스자치대의 일리아나 메리다 연구원은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전염병이 교육을 사치품으로 바꿔놨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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