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시론]

옵티머스, 靑 뉴딜펀드 예고편이었나

기사입력 | 2020-10-16 11:50

이제교 사회부장

文정부 뉴딜펀드 장밋빛 정책
민간자금 13조원 유치 열 올려
시장실패 최악 상황 고려 않아

殷 위원장 “개인책임” 말 바꿔
제2 옵티머스 사태 배제 못 해
文대통령 늦기 전 재점검 필요


블루 하우스 자산운용사의 신상품으로 한국 금융시장이 뜨겁다. 제품명은 그린 뉴딜 펀드, 출시 시점은 2021년 초다. 개미들의 알토란 같은 돈과 공공기관 세금 2조8000억 원이 탈탈 털린 라임과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는 잊어라. 잠깐의 악몽일 뿐이다.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 조성 및 뉴딜 금융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의 카탈로그는 가히 환상적이다. 정책형 뉴딜 펀드의 경우 회사가 7조 원을 대고 개인 지갑에서 13조 원을 끌어모아 2025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덩치가 커진다. 그뿐인가, 최소 수익률 3%에 손실이 나도 대부분 회사가 메워준다.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고 모두가 돈을 잃지 않는 ‘매직 펀드’다. 뉴딜 인프라 펀드와 민간 뉴딜 펀드도 따로 돌아간다. 뉴딜 사업을 지원할 170조 원 규모의 대출·투자 자금도 있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꿈의 시장이다.

탐욕의 바이러스가 휩쓸고 있다. 코로나19보다 전염성이 강한 그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블루 하우스, 대한민국 권력 심장부인 청와대다. 눈치챘겠지만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블루 하우스 자산운용사 회장님 또는 슈퍼 펀드 매니저로 불린다. 연일 신문과 TV, 유튜브로 뉴딜 펀드 홍보에 열을 올리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바지사장 격이다.

뉴딜 펀드의 부작용은 상품 출시 전에도 나타나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은 벌써 뉴딜 펀드가 투자할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U 기업은 최근 몇 개월 만에 주가가 500원에서 8000원으로 치솟았다. 뉴딜 펀드가 나오면 투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커 매수를 추천한다”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정부 보증’ 말만 믿고 대박의 기대로 들떠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돈 놓고 돈 먹는 구조가 된다. 기술 개발에 따른 가치 증대가 아닌 펀드 유입 여부가 기업의 주가 상승을 결정한다. 피라미드 판매 방식의 버블 역시 그 지점에서 생긴다. 뉴딜 펀드는 모(母) 펀드가 조성되고 여러 자(子) 펀드가 만들어져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구조로도 움직인다. 민간자금으로만 조성된 펀드가 직접 뉴딜 사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이번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언제든지 사업 적격 승인 과정에 권력의 입김이 작용할 부작용의 여지도 크다.

이쯤 되면 책임 있는 누군가는 장밋빛 미래와 잿빛 그림자를 함께 들춰줘야 한다. 불행히도 청와대 심기를 거스를 공무원이 한국에는 많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국정감사에서 “펀드를 출시할 때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시하겠다”고 말했다. 1개월 전 “사후적으로는 원금이 보장될 수 있는 충분한 성격이 있다”는 언급과 사뭇 다르다. 입장을 180도 바꾼 거짓말은 아니지만 만일에 대비한 탈출구로도 읽힌다. 문재인 정부는 주식·채권, 펀드 가치가 대폭락하는 외환·금융위기 같은 지각변동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했던 프랭크 파트노이 샌디에이고대 법대 교수는 저서 ‘전염성 탐욕- 기만과 위험의 금융 활극과 시장의 부패’에서 21세기를 전후한 미국 금융시장의 파생상품과 금융부정·비리 사건을 분석했다. 금융시장은 더 많은 이익을 조작하기 위해 상품이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기업에 대한 통제와 소유의 괴리로 부정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어렵게 되며, 금융비리 사건이 판을 치게 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복잡한 금융 공식에 대한 이해 없이 홍보와 선전에 빠져 투자했다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투자 피해자는 5000명이 넘는다. 금융회사 말만 믿고 퇴직금을 쏟아부은 노인들, 치솟는 집값에 자포자기해 그나마 가진 돈을 펀드에 올인한 청년들…, 절망의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모두가 만족하는 금융시장은 없다. 국민을 불로소득의 투기장으로 몰아가고 제2, 제3의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뉴딜 펀드는 전면적 정책 재점검이 필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 상황에서 피해는 개인들이 짊어질 텐데, 국가가 민간을 향해 “안심하고 투자하시라”고 현혹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좋은 투자환경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시장은 알아서 자금을 유입한다. 문 대통령은 달콤한 앞날보다는 쓰디쓴 결말에 대한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많이 본 기사 Top5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