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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兄! 집값이 왜 이래

기사입력 | 2020-10-16 11:45

이현종 논설위원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 가사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부분은 특히 그렇다. ‘라톤이형(철학자 플라톤)’ ‘맑스형(마르크스)’ ‘니체형’ 등의 패러디도 등장시켰다.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겪은 ‘애환’이 소개되면서 ‘남기형, 집값이 왜 이래’라는 한탄도 나왔다.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분양권을 소유하면서 서울 마포에 전세를 살고 있었던 홍 부총리는 최근 집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2주택 해소 지침에 따라 지난 8월 의왕 아파트를 9억2000만 원에 매각했는데,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된 상태에서 해당 아파트에 살던 임차인이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당초 임차인이 주변에 전세를 구해 이사를 가려 했으나 전셋값이 급등해 구하지 못하자 이런 조치를 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꼼짝없이 전세계약을 연장해주고 경우에 따라선 집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어야 할 처지다. 지금 살고 있는 마포 전셋집도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 비워 줘야 하는데 6억 원 하던 전셋값이 9억 원이 되고 이마저도 매물이 없다고 한다. 한 아파트 사이트에는 홍 부총리 부부 사진과 함께 “마포구 집주인 여러분, 홍남기 부부 얼굴 봐두세요. 전세 계약하러 오면 잘 해주시고요”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수십 차례 부동산 정책 발표와 새 임대차보호법 통과 이후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속출하고 있다. 전셋집 하나 보러 9팀이 몰려 결국 추첨으로 입주자를 선택한 것이나, 전셋집 한 번 둘러보는데 방역비 명목으로 5만 원을 내는 경우도 생겼다. 수천만 원 이사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세입자를 만날 때 양주 한 병을 들고 가는 집주인도 있다고 한다. 여력 있는 홍 부총리야 새집을 구하겠지만, 수억 원 오른 전세를 감당하지 못해 시 외곽으로 가야 하는 세입자들은 벼랑 끝에 선 기분이다. 홍 부총리도 겉으로는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속으론 피켓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텐데 서민은 오죽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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