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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北 열병식에 드러난 ‘평화 쇼’ 마각

기사입력 | 2020-10-16 11:41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난 10일 새벽에 열린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보도를 보면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우리 속담이 떠올랐다. 북한은 이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선보임으로써 막강한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했고, 그동안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개최해 온 2차례 미·북 정상회담 등 많은 노력은 ‘헛수고’였음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소한 40∼60개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더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소형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에 우리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신형 ICBM과 SLBM 등의 전략무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선보인 신형 장비들은 최신 미사일 기술의 집약체라고 평가한다. 특히,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신형 ICBM은 탄두부에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형태여서 미국의 워싱턴DC와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들에게 “고맙다”면서 울먹이기까지 했다. 단순히 보면 북한의 핵 억제력 확보 때까지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데 대한 감사 표시 같지만, 이면엔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 즉, 선대부터 이어져 온 ‘핵무력 완성’ 계획을 자신이 이뤄낸 데 대한 감격의 눈물이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 완성에 걸림돌이던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섭씨 7000도의 고열이 발생하는 문제점 해결에 화성-15형 발사(2017년 12월) 이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당국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계속 확인하는 중이다.

이번 북한 열병식이 미국에 준 함의는 ‘섬뜩함과 공포감’이다. 북한의 신형 무기 공개로 인해 미국이 지금까지 북한 비핵화를 위해 기울인 공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위협받으면 선제적으로 응징하겠다’고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진짜 화가 나 있다(really angry)’는 표현을 통해 커다란 실망과 함께 받은 충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코로나19 확진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동안 김정은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웠는데 이마저도 북한이 본토를 위협함으로써 자신의 치적이 공수표가 되고 만 셈이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 북과 남이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간 우리 사회에는, 올해 초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서에 남측에 대한 언급이 없어 존재 자체를 무시당한 것이란 논란이 있었는데 이젠 그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북한이 이제 명실상부하게 ‘핵보유국’이 됐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북한이 겉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표방하면서 뒤로는 남북 협력을 통해 핵무력 증강이나 장거리 미사일 기술 진전을 획책하는 일에 두 번 다시 이용당하지 않도록 남북 관계에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 설사 남북 관계가 개선돼 화해·협력 시대가 도래할지라도 섣부른 통일관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결코 경계심을 풀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위장 평화 공세에 현혹돼 6·25 남침 전쟁을 당했고, 월남이 공산화한 사례도 있다. 국가 간 평화 공세가 전개되거나 화해·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더라도 경계를 강화하고 정신무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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