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가황(歌皇)에 의해 2020년 대한민국에 소환된 건 우연한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황의 후광과 에너지, 인생철학 3박자가 뿜어내는 뽕짝 특유의 골계미(滑稽美)와 자유로운 영혼의 울림은 ,‘블루(우울)→ 레드(분노)→ 블랙(절망)’으로 갈수록 악화하는 코로나 시대 ‘마음의 백신’이 됐다. 현자 소크라테스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트로트 황제’ 나훈아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가 생길 수 없다”는 사이다 발언으로 ‘위선적 정치인’과 사이비 지식인들이 혹세무민하는 세태를 일갈했다.

왜 지금 ‘테스형 신드롬’일까? 2500여 년 전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한 정치·사회상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무섭도록 닮았다. 막장 궤변론자로 불리는 사이비 지식인들, 이른바 소피스트들이 판치는 세상이란 점에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궤변시리즈는 점입가경이다. 조국내전 때 “언론인에겐 옳고 그름이 중하지만 우리에겐 피아(彼我) 구분이 중요하다”고 한 유 이사장은 ‘궤변의 달인’이다. 문재인 정권에선 상대 정치인을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정치를 전쟁으로 변질시킨 선동가들이 주류가 됐다. 유 이사장은 우리 공무원을 총살·소각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 칭송했다. ‘종전선언’ 평화쇼에 마이웨이하는 정권의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다. 유 이사장이 그런 자신을 소크라테스에 비유하자 이 시대 반(反)소피스트 지식인들의 독설이 쏟아졌다. “살아있는 권력을 결사옹위하기 위해 궤변을 논하는 어용 지식인과 달리 소크라테스는 권력에 대한 아부를 경멸했다”(윤평중 한신대 교수). “유시민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소피스트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에 맞서 진리의 객관성과 보편성을 옹호했다. ‘테스형’이 고생 많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너 자신을 알라’던 테스형도 격노(激怒)할 일이다.

유 이사장과 더불어 김어준 등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은 막장 궤변론자로 불린 그리스 후기 소피스트들, 이른바 트라시마코스(“정의란 강자의 이익”), 칼리클레스(“정의는 강자의 권리”)의 사고방식과 흡사하다. “법망을 피해 나갈 수만 있다면 부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부정의란 아주 거대한 때에는 정의보다 강력하고 자유롭고 권력적이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트라시마코스의 추종자들이 2500년 후 대한민국에서 득세하는 모양이다. ‘정의(Justice)’를 관장하는 부서인 법무부 전·현직 장관들의 거짓과 위선 행진은 이들 막장 궤변론자들 못지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들 특혜 휴가 관련 거짓말 논란으로 ‘추안무치(秋顔無恥)’ ‘조선 제일 뻔뻔녀’ 소리까지 듣는 지경이 됐다. 추 장관이 임명, 북한 호위총국을 닮아가는 ‘호위검찰’은 추 장관과 아들을 무혐의 기소했지만, 여론조사에서 국민 61.7%는 추 장관 아들이 ‘특혜’를 받았다고 검찰을 불신했다. 추 장관은 국회에서 27차례나 보좌관 관련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에, 국회와 언론이 장편소설을 쓴다며 형사고발 하겠다고 호통치고 있다. 거짓말쟁이로 공격당한 공익제보자 당직병이 오죽 억울했으면 현직 법무부 장관을 고소했을까. 대한민국 법치와 국격이 시궁창에 처박힌 ‘추풍낙국(秋風落國)’ 세태에 국민은 돌아버릴 지경이다. ‘악법도 법’이라며 법을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테스형’도 비분강개할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