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주행거리 16% 증가”
원통형 배터리 ‘4680’ 소개
배터리 - 차체 통합설계 계획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3년 이내 내연기관차와 정면승부를 벌일 수 있는 ‘반값’ 전기차 배터리를 내놓는다.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장기적으로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3사는 배터리 대규모 투자 등으로 기술 개발 경쟁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23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가 더 강력하고 오래 가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머스크는 테슬라의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에 관해 소개하면서 “4680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새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와 비교해 에너지를 5배, 전력을 6배 높이고, 주행거리는 16%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현재 배터리는 너무 작고 또 너무 비싸다”며 “단지 돈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효율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자동차를 내놓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UBS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새로운 배터리 가격은 1킬로와트시(kwh)당 130달러에서 70∼80달러 선으로 절반가량 낮아져 자동차 가격도 대당 2300달러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다른 경쟁사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UBS는 예상했다.

테슬라는 2030년 ‘테라와트시(TWh) 규모 배터리 생산’ 목표도 내놓았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 비중은 0.1TWh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국내 업체들은 가격협상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큰손’인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비율이 30∼40%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2000만 원대 전기차 생산을 위해 돈과 기술력을 발판 삼아 원가를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셀과 자동차 차체(섀시)를 일체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에너지원이자 차량의 구조물 역할을 하도록 설계하겠다는 설명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셀과 섀시를 통합하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전기차 원가를 큰 폭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차량 내 공간확보도 많이 할 수 있어 전기차 디자인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일체화 계획은 셀과 모듈, 팩으로 구성된 배터리 기존 틀에서 탈피해 전기차 원가와 디자인 측면에서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