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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국방부는 누구와 싸우나

방승배 기자 | 2020-09-23 11:31

방승배 정치부 차장

현 정부 들어 언론을 상대로 가장 많은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신청을 한 정부 기관은 국방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언중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현 정부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총 30건의 언론 보도에 대해 언중위에 조정 신청을 했다. 국방부 다음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16건, 국토교통부가 11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9건, 대통령비서실·환경부가 8건 순이었다. 국방부의 조정 신청은 두 번째로 많은 산업부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된다. 언론 대응도 일종의 전투라고 본 건지는 모르지만, 국방부는 이 분야에서 단연 일을 제일 열심히 했다. 언중위에 나가 보면 언론사에서는 보통 1∼2명이 출석하는 데 비해 국방부는 군인 3∼4명이 참석해 ‘수적 우위’로 기선 제압에 나선다. 언중위에 불려 나오는 자체를 힘들어하는 언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전투 경험(?)이 많아 어찌 보면 대언론 ‘비대칭 전력’처럼 보인다. 중재 실패 시 소송으로 이어지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정부가 내는 소송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든든한 ‘원고’로 버팀목이다.

국방부가 유독 언론 대응에 적극적인 것은 청와대가 언론이라는 새로운 ‘적(敵)’의 좌표를 설정해줘서 상명하복 문화가 엄격한 국방부가 철저하게 이행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언론 대응을 제대로 하는지를 보기 위해 정부 부처 대변인실 여러 곳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북한 목선 경계 실패와 은폐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청와대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국방부는 지난 5월 군 홍보책임자들이 청와대로 불려가 ‘경위조사’(국방부는 ‘협의’라고 주장)를 받은 초유의 일을 겪었다. 국방부가 발행하는 국방일보가 서북도서 공·해 합동 방어훈련을 보도한 다음 날 북한이 훈련을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라고 지적했다. 이미 감정이 상한 국방부와 몇몇 언론 간의 신경전은 결국 이후 훈련이 연기된 이유와 관련된 몇 가지 팩트(fact)의 진위를 놓고 줄줄이 언중위 다툼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언론 보도 대응에 적극적인 국방부지만 추 장관 아들 서모(27) 씨의 카투사(KATUSA·주한미군 배속 한국군) 군(軍) 복무 황제휴가 논란을 놓고는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엄호와 방어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서 씨 휴가는 아무 문제가 없고 서류 미비나 다른 병사들이 차별을 받은 것은 자기 부하들 탓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을 지키는 ‘추방부(秋防部)’, 그의 아들 서 씨를 지키는 ‘서방부’라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22일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으로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시달리던 추 장관에게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말을 건넨 서욱 국방부 장관을 향해 “신임 장관이 추 장관의 심기 보좌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정권 보위’에만 정신이 팔린 군인지 헷갈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도 성명에서 “국방부가 지금처럼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을 지키기 위해 국방부에 쏟아진 수많은 비판 기사를 감수하는 모습은 그동안 국방부의 대응 방식과는 분명 달랐다. 이것이 국방부의 ‘피아(彼我)구분법’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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