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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北에 항복한 대북 인권정책

기사입력 | 2020-09-18 11:33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조사 활동 중지’ ‘북한인권백서 출간 포기’. 이인영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가 최근 내린 결론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의 핵심 철학이라면, 북한 인권은 3대 세습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겨눈 ‘보이지 않는 칼’이다. 북한이 인권이 보장된 나라라면 사실 통일부란 거대 조직도 무용지물이다. 굳이 통일을 서두를 이유도, 목표도 불필요하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명을 지닌 국가기관 통일부가 이제 북한 인권을 모른 체하겠다니 또다시 국민의 입에서 ‘통일부 해체론’이 나올 판 아닌가.

21년간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온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조사 활동을 통일부가 올해부터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단체가 14년간 매년 발간해 온 국내 유일의 민간 ‘북한인권백서’ 발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 단체가 1999년부터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민을 상대로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중단하라고 지난 3월 통보했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센터가 국내 탈북민들로부터 파악한 북한 인권 침해 사건은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달해 국내 조사기관 중 가장 방대한 규모다.

지난 1월, 매년 체결해온 실태조사 사업 위탁 계약을 앞두고 통일부는 조사 대상 탈북민 수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센터 측은 “3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통일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센터가 조사 축소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청와대와 국회에는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올해까지 4년간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 백서를 단 한 차례도 발행하지 않은 채 어떤 조사를 하고 있는지도 비공개하고 있다”며 “정부가 통일 준비에 필요한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외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북한 인권 조사는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사회생활 이전에 북한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는 것으로 신뢰성은 최상급이다. 그런데 이런 조사 활동을 중단하고 인권백서 출간도 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평양 정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 통일부에 묻고 싶다. 그동안 북한의 인권 상황이 급격하게 개선됐단 말인가? 엊그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성택 시체와 머리를 전시했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무용담’을 통일부는 전해 듣지 못했는가? 또, 3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자기의 이복형 김정남을 화학무기용 독극물로 살해한 희세의 살인극 총감독이 바로 북한 김 위원장이란 사실을 망각했단 말인가?

이제, 북한에 점수를 따려 노력하다 못해 이제는 맹종과 굴종으로 가려는 일부 주사파 및 운동권 세력에 대해 경종을 울릴 때가 됐다. 청와대나 기타 통일·안보 분야에 평양 정권을 추종하고 사모하는 한심한 친북 독트린의 ‘주모자’들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안보실은 이른바 살인자로 몰린 20대 초반의 탈북 청년 2명을 평양의 요청에 따라 부랴부랴 안대까지 씌워 판문점으로 북송했다. 그때 벌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은 항복의 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권은 임기 내에 북한의 비핵화는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대북 인권 압박만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통일되는 날에 2500만 북한 동포로부터 저주받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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