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대위는…

이근 대위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05년이다.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다닐 때 국제학을 전공하면서 해외 교환학생 자격으로 고려대에서 1년 공부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였다. 이근 대위는 한국에서는 미군 사관학교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다가 국내 학사장교 제도를 알게 됐다.

“학사장교 시험이 국어, 국사, 영어를 보는 7급 공무원 시험과 비슷합니다. 한국말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국어와 국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6개월간 속성으로 특별과외를 받았죠. 선생님을 잘 만난 덕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 해군사관후보생 102기로 임관했다. 문무대왕함 전투정보보좌관으로 근무하다가 이듬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과정을 수료했다. 2009∼2010년엔 소말리아에 파병돼 2회의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

“소말리아 파병 2진 근무 때 인질 상황이 발생해 투입됐습니다. 고속 탐정을 타고 해적 모선에 접근해 승선해서 제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 예멘인 인질이 있었어요. 유명한 ‘아덴만 여명 작전’은 그 뒤 6진이 한 것입니다.”

2012년엔 미국 네이비실 초급반(BUDS)과 장교과정(JOTC)을 거쳐 고급반(SQT)까지 수료했다. 기본적으로 자국민 장교에게만 허락되는 SQT를 수료하고 우수 휘장까지 받은 외국인은 이근 대위가 유일하다.

“SQT는 일종의 장교 자격훈련으로 외국인에게는 오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초급반 과정에서 저를 눈여겨본 교관들이 추천해서 선정됐다고 들었어요. SQT는 살인, 생존, 폭파 기술 등 비밀 작전과 관련된 전술을 9개월 정도 훈련받습니다.”

그리고 미국 고공강하 과정, 윙슈트강하 과정을 마치고 UDT 교육훈련대대 교육대장을 거쳐 2014년 전역했다.

이후엔 “사회에서 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 신념에 따라 경찰특공대 대테러 교관, 서울스카이다이빙학교 교관, 이라크 파병 등 교육과 현장을 두루 누볐다. 그 과정에서 ‘가짜 사나이’가 나왔고, 방송가 섭외 1순위가 됐다. 이근 대위의 명함에는 영어로 ‘Lieutenant Ken Rhee’라고 쓰여 있다. ‘루테넌트(Lieutenant)’면 중위다. 대위는 ‘캡틴(Captain)’이라고 써야 한다. 그러나 이건 육군과 해군의 차이. 해군에서는 ‘루테넌트’가 대위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