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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秋로남불’과 ‘文의 침묵’

김세동 기자 | 2020-09-17 11:43

김세동 전국부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황제 휴가’ 또는 ‘탈영 무마’ 의혹 사건에 대한 여권의 대응이 조국 사태 때와 판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추 대표의 아들이 휴가 종료에도 귀대하지 않고 추 대표 보좌관의 전화로 휴가를 연장한 전대미문의 사건을 놓고 ‘친문’ 의원들이 앞장서 상식과 동떨어진 억지주장으로 국민의 염장을 지른다. ‘문빠 홍위병’들은 사건을 폭로한 당직 사병과 카투사 지원단장을 외려 조리돌림 하며 ‘추미애 옹위’에 결사적이다. 조국 사태 때 진흙탕에 내던져졌던 ‘평등, 공정, 정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깃발은 추 장관 아들 논란에 대한 여권의 ‘추로남불’식 대응으로 아예 짓밟혀 찢어지고 있다.

군의관이 ‘군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데도 여당 대표의 아들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입원에서 퇴원까지 3일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휴가를 23일이나 썼다. 1차 휴가 10일이 끝나는 2017년 6월 14일 추 대표 부부 중 한 사람이 국방부 민원실로 전화를 걸었다. 추 대표의 보좌관도 이날을 포함해 2차 휴가가 끝난 이틀 뒤인 6월 25일 등 최소 3차례 이상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로 복귀해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요양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병가를 연장하는 절차를 지키지 못할 정도의 천재지변은 당시에 없었다. 추 장관은 “(귀대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탈영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야당 의원에게 항의했지만, 미귀대가 탈영이다. 탈영은 부대 담장을 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휴가 후 미복귀로 발생한다. 법적 용어론 군무이탈죄인데, 판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이 이 규정을 몰랐을 것 같진 않다. 오히려 탈영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중형에 처해지는 무거운 죄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탈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랴부랴 휴가 연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 아들과 같은 시기에 한 병사는 17분 늦게 귀대했다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정도 사안이면 이해충돌 때문에라도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든지 하다못해 직무 배제를 요청해야 할 것 같은데, 추 장관은 “운명적인 책무인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다짐,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국처럼 검찰개혁이 입장 곤란한 사람들의 면죄부이자 만병통치약이 됐다. 추 장관은 취임 후 8개월 동안 무려 4차례나 단행한 잦은 인사를 통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 사건 등 권력비리 사건 수사팀은 공중분해 하고 친정권 검사들은 승진·영전시키는 등 검찰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문재인 정권의 ‘개혁’으로 검찰은 군사정권 때의 ‘애완검’으로 되돌아갔다. 추 장관이 한 상식 이하의 무지막지한 검사 인사의 결정권자도 문 대통령이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장자연 사건 등 야권에 불리해 보이는 사건에 온갖 참견을 다 하고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까지 일으킨 문 대통령이 이번엔 말이 없다. 혹시 자신을 대리한 권력비리 수사팀 해체 인사에 마음의 빚이 있어 그러는가. 문 대통령이 침묵하는 사이 국방부 장관과 집권당 원내대표는 “전화나 카톡으로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등 군 기강을 허무는 타락적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추 장관 아들을 구하자고 ‘당나라 군대’가 돼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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