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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與 집단 극단화와 상식의 죽음

김만용 기자 | 2020-09-16 11:40

김만용 정치부 차장

요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에 대처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람직한 당·정·청 관계로 자주 언급한 ‘원팀(one team)’의 모습이다. 청와대·정부와 함께 한 방향으로 굴러가는 여당에 대해 문 대통령은 흡족한 마음일 것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반년 정도 앞두고 불거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엔 일부 비주류와 최고위원이 견제구를 던졌고, 조 전 장관은 우여곡절 끝에 물러나야 했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대통령에겐 불편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런 저항이 당의 건전성과 다양성으로 평가받으며 총선 압승의 한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총선 5개월이 지난 지금 추 장관 아들 의혹 앞에선 이견이란 없다. 금태섭 전 의원 같은 소신파가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생생하게 목격했다. 아직 대통령 선거까지는 1년 반 이상 남았다.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이게 청탁이냐”(정청래 의원), “카투사는 편해서 논란의 의미가 없다”(우상호 의원), “부모·자식이 단절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장경태 의원) 등 차라리 말하지 않았으면 추 장관에게 도움이 됐을 법한 ‘명언’들이 쏟아졌다. 압권은 공익 제보자와 같은 당직 사병의 실명을 거론하며 “단독범” 운운한 황희 의원. 바깥세상에 눈을 가린 채 안으로만 똘똘 뭉치는 집권 여당의 모습은 이낙연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들의 당선으로 막을 내린 전당대회를 통해 어느 정도 예고는 됐다. 집권 후반기 모든 정권에서 나타나는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가 현 정부에서도 반복되는 것 같다.

20대를 중심으로 여론이 집권 여당에 고개를 돌리는데도 추 장관 지키기에 몰두하는 의원들의 속마음은 김종민 최고위원의 최근 발언에 그대로 담겨 있다. 김 최고위원은 ‘조국흑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흑서를 100권 낸다고 해도 (국민의) 40%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검찰 수사가) 부당한 공격이고 린치당한 것이라고 보고 있고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30∼40%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층만 믿고 달려가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잠시 흔들리더라도 야당의 헛발질 한 번과 잘 연출된 이벤트 하나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잘 반영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여당은 매우 전략적이고 똑똑하다. 주요 국면마다 말과 행동에 변화를 주는 순발력 또한 탁월하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의 무게다. 당·정·청의 단결로 장관 한 명은 지키겠지만,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과 군 기강은 분명 망가뜨렸다.

여당 대표의 군 민원을 엄마의 사랑으로 둔갑시킨 여당 의원들은 앞으로 야당 인사들이 직을 활용해 부당한 청탁을 해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운전병 특혜 의혹 등 여당의 눈높이에선 사사로운 시비로 보일 수 있는 사안 때문에 해당 인사를 괴롭힌 점도 사과해야 한다. 추 장관과 여당 덕에 이제 장병들은 전화 한 통화로 청원휴가를 가도 된다. 아빠와 엄마가 부대장에게 전화해 민원을 하고 부대장이 마음에 안 들면 국방부에 소원 수리를 해서라도 내 아들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청와대·정부와 ‘원팀’은 됐지만, 상식적인 나라를 바라는 국민과는 원팀이 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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