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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용 화백의 ‘벽돌’

기사입력 | 2020-09-16 11:39

김종호 논설고문

“점(點)·선(線)·면(面)으로 이뤄지는 ‘반복의 조형성’을 화두로 삼은 내게 모래는 가장 근원적 요소인 점을 상징한다. 내가 모래를 벽돌 그림의 재료로 처음 사용할 땐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은유하기 위해서였다. 모래알이 모여 벽돌이 되고, 벽돌이 쌓여 건물을 이루는 것은 세포가 모여 사람이 되고,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것과 유사성이 있다. 흔히 내 작품을 극사실화로 분류하지만, 내 그림 속 벽돌은 모두 가상의 벽돌, 환영(幻影)이다. 벽돌은 내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그림자일 뿐, 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체에 거른 모래를 접착제로 캔버스에 얇게 펴 바른 뒤, 붓으로 표현한 음영(陰影)의 착시 효과를 통해 진짜 벽돌처럼 보이게 하는 그림으로 세계에 명성을 떨쳐온 ‘벽돌 화가’ 김강용(70)의 말이다.

그의 그림은 모래 채집으로 시작된다. 강변이나 해변마다 모래의 색깔·굵기·질감 등이 다르다고 한다. 최적의 모래를 구하려고 그는 국내외의 이름난 모래밭들을 찾아다닌다. 최근에는 대리석 등을 갈아서 만든, 투명하면서 다채로운 색감의 규사(硅沙)를 섞어 쓰기도 한다고 한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가 특유의 첫 벽돌 그림 ‘현실+장’을 발표한 것은 1976년이었다. 그 뒤로 줄곧 단색조의 벽돌 작품을 발표하던 그는 2004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색깔로 확장했다. 고려청자의 상감(象嵌) 기법도 사용했다.

독일 쾰른과 바젤, 미국 시카고, 일본 도쿄 등지의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독창적 예술성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던 그의 작품을 두고, 미국의 세계적 미술평론가 로버트 모건은 이렇게 표현했다. “완전한 구상도, 추상도 아니다. 그 중간쯤에서 부유(浮遊)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공간에 관한, 그 공간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환상에 관한 그림이다. 그러면서도 비어 있고, 형체가 없다. 캔버스에 묘사된 공간은 궁극적으로 불교에서 일컫는 무심(無心), 모든 잡념이 없어진 빈 마음이 된다. 그의 그림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면, 보는 것보다 더 핵심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그런 벽돌 그림 창작 45년째인 김강용의 주요 작품 160여 점을 선보인 회고전 ‘극사실적 벽돌’이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지난 8월 14일 개막해, 오는 20일 끝난다.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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