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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시각]

기업 혁신에 대한 몰이해

유회경 기자 | 2020-09-11 11:41

유회경 경제부 차장

미국 넷플릭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총아로 통한다. 최근 넷플렉스는 OTT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고 콘텐츠 영역에까지 진출했다. 큰 인기를 끌었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 같은 독점 콘텐츠 강화 전략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아마존, 구글, 디즈니 등 다른 OTT 플랫폼 기업들도 최근 들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독점 콘텐츠를 통해 집객을 극대화하는 한편, 다른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수 있고 외부 콘텐츠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도 대비한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시장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카카오 등 경쟁회사를 배제해 결과적으로 독과점을 심화했다고 결론 내리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3200억 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지난 2003년부터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2009년 ‘확인매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관련 정보제공업체(CP)들을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섰다. 확인매물 서비스란 허위 매물로 시장이 혼탁했던 상황에서 실제 매물 여부를 판가름해 이용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부동산 CP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이 회사는 부동산 CP들과의 계약 과정에서 확인매물 정보에 대한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삽입해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시장 진입을 좌절시켰다. 공정위는 이를 문제 삼았고 네이버는 카카오가 부동산 매물정보 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은 카카오의 혁신 태만 탓이라고 항변했다.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 강화 전략과 네이버의 확인매물 서비스 제공은 서비스 차별화 관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허위 매물로 혼탁한 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발생하자 CP를 내부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수정했지만, 기존 서비스 얼개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라는 빅테크 공룡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번 공정위 결정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정위가 결정 과정에서 확인매물 서비스라는 혁신 노력에 대한 평가를 적정하게 했는지, 혁신 서비스로 인해 비교 우위를 가지게 됐다면 이를 충분히 인정했는지 회의적이다. 공정위의 결정이 어느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잘나가는 자에 대한 원한(르상티망) 혹은 뒷다리 잡기 관행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면 입맛이 매우 씁쓸하다.

이는 반(反)기업적 정서와도 맥을 같이한다. 현 수준에서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유롭게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혁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 환경을 마련해주고 규제는 최소화하면 더욱 좋다. 하지만 이 정부는 정반대로 할 뿐이다. 반기업적 심성에 기대어 정권을 잡았으니 기업들을 쥐잡듯이 잡을 수밖에는 없는 처지인 것도 이해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 활동은 위축되고 혁신 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도 언젠간 느낄 것이다. 국민 경제적 기반을 허물고 있는 것이 자신의 반기업적 망상과 르상티망이라는 것을. 정체를 알기 힘든 그 누군가가 머리에 심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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