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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논단]

韓電 적자가 위험한 이유

기사입력 | 2020-09-11 11:29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관심 가운데 하나는 전기요금이다. 2017년 한 TV토론에서 환경운동연합 출신으로 현재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인 김혜정 씨는 맥주 한 잔 가격 정도만 오른다고 했다. 산업부는 오르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서를 달았다. 당분간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전은 연거푸 적자를 봤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흑자를 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력판매량이 2.9% 줄고 국제 연료 가격 하락에 힘입고 발전(發電) 자회사들의 전력 구매비를 2조6000억 원 아낀 것은 정상 상황이 아니다. 전기판매량이 줄어 원자력·석탄과 같은 값싼 전원으로 공급해 원가가 절감된 것이다. 이것은 국가적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만큼 좋아할 일이 아니다. 낮은 국제유가의 지속을 기대할 수도 없다. 또, 발전 자회사에 줄 전력 대금을 깎아서 한전이 흑자를 본 것이라면 그것은 조삼모사일 뿐이다. 제로섬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원자력과 석탄 발전이 줄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킬로와트시(kWh)당 생산원가는 원자력과 석탄이 각각 60원과 70원 수준이고 LNG와 재생에너지는 120원과 200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자력 발전 비중이 줄고 그만큼을 LNG와 재생에너지가 채우게 된다면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 말고도 여름철 냉방용 전기 사용을 위해 누진제도를 완화하고 전기자동차의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등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계속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게 하니 한전은 불안한 것이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신호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참다못한 한전이 원가 공개를 선언한 적도 있다. 최근 한전은 조만간 연료비를 연동하는 것을 골자로 전기요금 체제 개선안을 마련해 이사회에 상정한다는 소식이다. 기가 막힌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이유가 연료비에 전기요금이 연동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 아닌가? 이는 에너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전의 적자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우선, 한전의 주주는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휴지가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해외 투자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현 정부의 급격한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손실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또, 한전이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보면 신용도가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60조 원이 넘는 외채에 대한 이자율이 높아진다. 그러면 한전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에서 자금을 동원할 때 이자율이 높아지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원전 수출에 있어 이자율 상승은 치명적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순환 정전 사태 원인은 태양광 발전의 과도한 확대와 원전의 축소로 알려진다.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력망 강화를 위해 수조 원을 전용하다 보니 전력망을 손볼 돈이 없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취약한 전기 장비로 인한 산불 위험을 줄이기 위해 PG&E는 10만3000명의 고객에게 먼저 단전 조치를 한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한전이 전력망 부품의 교체 주기를 늘리고 중국 부품을 쓰려는 시도도 간간이 보인다. 지난해 강원도 고성 화재의 원인으로 노후화한 전력 설비가 지적됐고, 한전이 60%의 책임을 진 바 있다. 안전은 각오와 결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수명이 다한 부품을 고치는 대신에 선제적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 한다. 안전의 다른 말은 돈이다. 한전의 적자는 안전하지 않은 세계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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