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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앙정부-지자체 ‘통계 협업’ 중요성

기사입력 | 2020-08-21 11:21

강신욱 통계청장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뉴딜정책 성공의 배경에는 통계가 있었다. ‘뉴딜’은 과거의 방식과 결별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정책적 대응을 뜻한다. 대공황에 따른 대규모 실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업자 수 파악이 우선이었지만, 신뢰할 만한 통계 수치가 없었다. 1930년대에 미국 정부가 고용한 젊고 유능한 통계학자들은 처음으로 표본조사를 도입해 실업률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실업률이 24.9%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극심했던 소득의 양극화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뉴딜에 진정한 새로움을 부여한 ‘통계의 힘’이었다.

지난달에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을 위해 마련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의 분야에 2025년까지 모두 160조 원을 들여 일자리 190만1000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적잖은 예산과 자원이 투입되고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통계의 역할이 주목받게 되는 시점이다. 다만, 통계의 초점은 90년 전 미국과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져야만 한다.

지난 1세기 동안, 정책 목표의 중심은 GDP로 대표되는 경제성장에서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삶의 질’을 분야별로 세분화해 정밀하게 측정하는 통계자료가 필요해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모든 부문과 계층에 균등하게 가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어떤 정책이 국민 누구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하는지에 대한 더 세분된 데이터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별 특성과 지역 간 차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그 대표적인 예다.

8월 한 달 동안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일제히 ‘지역사회조사’를 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조사는 각 지방정부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설계되다 보니 지자체마다 조사 항목과 시기 등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가령,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조사 항목의 선택지에 강원도에서는 ‘국가안보’가 포함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빠져 있는 식이다. 지역별로 제각각인 자료를 중앙정부에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와 통계청이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사회조사에 ‘삶에 대한 만족도’ 등 21개의 공통 항목을 반영하고, 조사 시기를 다른 지자체와 비슷하도록 조율했다. 통계청은 공통 항목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지식·예산·기술을 지자체에 지원키로 했다.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지원할, 더 유용한 통계 생산이 가능해진 셈이다. 또한, 별도 조사 때 낭비될 수 있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국민도 중복 응답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협업의 힘’이다.

그러나 아직도 기초지자체 단위의 통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역 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그리고 민간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더 세분된 지역 단위 통계가 생산되고 공유돼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지역 단위 데이터를 튼튼한 통계의 실로 잘 꿰면 보배 같은 정책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왕이면 구슬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쓰임새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생산한다면, 그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데이터의 생산과 공유를 위한 협력을 바탕으로 섬세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우리의 삶이 코로나19 이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빨리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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