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문화논단]

산사태 피해 키운 산비탈 태양광 시설

기사입력 | 2020-08-14 11:52

이수곤 前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 前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

이번 폭우로 태양광 산사태가 전국 12곳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전국 산지의 태양광 시설 1만2721곳의 0.1%, 전체 산사태 1482건(11일 오후 5시 기준)의 0.8%로 미미하며, 태양광 발전(發電) 시설을 산사태의 중요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9곳은 이전 정부, 3곳은 현 정부에서 허가해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들어진 건 전 정부 때지만 이후의 유지·관리는 현 정권에서 해 온 만큼 문제가 있었다면 예방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지난 5∼6월에도 안전점검을 했다지만, 이번 12곳의 산사태는 막지 못했다. 그러므로 전 정부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또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산사태의 중요한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태양광 산사태 중 대표적인 전남 함평 산사태 현장을 직접 가서 확인해 봤더니, 폭우가 산사태를 야기한 건 맞지만, 같은 폭우가 내린 태양광 부지 주변의 산지들은 괜찮았다는 사실이 태양광 시설도 유발 요인임을 잘 말해 준다.

산지의 태양광 시설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로 많아졌고, 여의도 면적 9배 산림의 나무 232만 그루를 베었으며, 앞으로 14년간 5배를 늘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야당은 태양광 시설이 산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집중폭우 시 산사태가 나는 건 당연하다. 산이 오랫동안 스스로 안정을 이뤄가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지에 국도, 고속도로, 철도 등을 만들면 산을 깎거나 계곡부에 물길을 막게 되므로 산사태가 촉진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지를 건드려서 만드는 것은 대규모 산사태나 지속적인 지표 침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국내에서는 자연 산사태가 지표경사 30도 이상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그래서 산림청 산지관리법의 산지전용 허가기준이 25도 이하로 지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태양광 부지는 2018년 12월부터 지표경사 조건을 25도에서 15도로 더 완만하게 강화했다. 지표경사를 15도로 완화하면 자연적인 산사태는 줄이겠지만, 태양광 시설 하부를 절개해서 부지를 조성하는 경우, 지질 상태에 따라 인위적인 산사태 위험이 더 커진다는 지질학적 붕괴 원리를 간과하고 있다.

태양광 시설을 위해 굴착기로 부지를 조성하면서 깎아낸 흙은 한 번 흐트러지면 비가 올 때마다 더 약해지므로 장기적으로는 더 취약해질 수 있다. 게다가 배수로와 옹벽도 지질과 지형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유지·관리마저 안 된다면 언제든지 산사태와 지표 유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번 폭우로 인한 태양광 산사태가 극소수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책임 소재 때문에 원인이 왜곡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12곳의 태양광 산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필요하다. 감사 때 역시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만 들을 게 아니라, 지형·지질·토목·임업 등 여러 분야기술자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피해 대책은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산은 대부분 돌산이어서 상부 지표면에 흙이 1m 두께로 풍화돼 이불처럼 얇게 쌓여 있다. 그러니 산사태가 나면 토사가 하부로 흘러내려 피해를 키운다. 하부 지역에 2m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한다면 보호벽 역할을 해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는,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와 2017년 충남 천안 한국전력거래소 산사태 현장에서 필자가 직접 확인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최근 산지 정상부에 많이 만들어지는 시설의 하부지역 안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많이 본 기사 Top5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카카오톡

핫클릭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