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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와 산사태가 일깨운 原電의 가치

기사입력 | 2020-08-06 11:38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금 겪고 있는 폭우 상황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많은 것을 상기시켜 준다. 친환경인 줄 알고 설치했던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는 큰 바람과 비에는 제대로 전력생산을 못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를 뽑고 산기슭에 설치한 수많은 태양광 발전 설비는 폭우에 산사태를 일으키거나 그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코로나19는 우리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이미 열어주고 있다. 대민 접촉을 피하기 위한 ‘언택트(비대면)’의 상황은 사회 전반적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교육·공연·영화·강연·관광·요식업·공장 가동 등은 이미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식량과 보건만큼 안정적 전력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1주일 24시간(24×7)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시설의 건전성이 유지돼야 한다. 원자력 시설은 내재적 위험이 큰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설계된다. 즉, 가장 끝까지 살아남을 설비다. 동일본 대지진에서 오나가와(女川) 원전이 주민의 대피처가 됐던 게 그 사례다.

둘째, 안정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반세기의 원자력 발전(發電) 역사에서 원전은 다양한 환경과 이에 따른 규제에 적응했다. 운영 조직의 안전성과 신뢰성도 함께 향상됐다. 그 결과 세계적 재해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마지막까지 남아서 사회에 필수적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셋째, 공급에 기여하는 전력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 공급에 기여하는 전력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의 건전성이 담보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급전 가능한(Dispatchable) 전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은 일정한 전압과 주파수를 유지해야 한다. 주파수 60㎐라는 교류 전압이 시간에 따라서 사인파(Sine)와 같이 초당 60회로 진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모든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같은 위상(位相)으로 진동해야 한다. 그런데 생산되는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지 않다면 공급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상쇄되는 전력이 돼 버린다.

원전(原電)은 안정적인 전력 설비로서의 다음 4가지 단계를 충족한다.

1단계는 안전설계다. 국내의 어떠한 발전 설비보다도 높은 수준의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아 운전될 설비다. 2단계는 조직적 대비상태다. 정상운전뿐만 아니라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2016년 경주지진의 상황을 상기해 보면, 원전 내에 별도의 지진계를 보유하고 있었고, 상황 대처를 위한 매뉴얼이 있었으며, 훈련도 충실했다. 경주지진에서 고층 아파트, 도시가스 배관, 주유소보다 원전을 걱정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었다.

3단계는 연료 공급과 송전망이다. 국내 원전은 장전된 핵연료를 포함, 약 3년치의 연료가 비축돼 있다. 참고로, 석유는 180일, 액화천연가스(LNG)는 60일, 석탄은 15일 정도 비축될 뿐이다. 4단계는 가격이다.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전력은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재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몇 배 비싼 전력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원자력은 50원, 석탄은 70원, LNG는 120원, 태양광과 풍력은 200원, 그린뉴딜에서의 해상풍력은 300원이 든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기록적 폭우라는 재난 상황에서 어떤 발전소가 필요한지 새삼 생각하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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