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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난자의 한 줄로 읽는 고전]

비곗덩어리

기사입력 | 2020-08-03 11:24

불 드 쉬프는 허둥지둥 일어나 왔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 (…) 아무도 그녀 쪽을 보려고도, 생각해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 처음에는 그녀를 희생양으로 제공하고 그러고 나서 쓸모없는 더러운 물건처럼 내던져버린 놈들. 그녀는 이 자들이 떼거리처럼 처먹어버린 맛있는 음식이 가득 담겨 있던 자기 바구니를 생각했다.

모파상(1850∼1893)의 단편 ‘비곗덩어리’의 결미 부분이다. 이 가엾은 여인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권력자의 성추행을 언급한 서지문 교수의 글(2020.7.21 문화일보)을 읽으면서였다. “… 박 전 시장을 변호하고 동정하는 모든 여성에게 묻는다. 그의 ‘절절한’ 텔레그램 메시지나 피해자 무릎의 멍에 대한 ‘연민’이 그 여성을 애절하게 연모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나왔을까.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느긋하게 놀리며 그녀의 불안과 공포를 즐기는 동안 그 여성은 발 없는 새처럼 내려앉을 곳이 없어 계속 날개를 파닥였을 것이다.” 피해자는 4년 넘게 20명가량의 전·현직 서울시 비서관 등에게 전보 요청을 했으나 보호받지 못했다. 2019년 근무지를 이동했다가 올해 다시 비서업무 복귀를 요구받았다. 담당자들은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실로 와 달라’ ‘(인사이동은)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아라’ 등의 답을 했다고 한다. 죽음으로 도피한 박원순 씨의 또 다른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모파상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집단이기주의, 폭력성,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고 있다. ‘불 드 쉬프(Boule de suif : 비곗덩어리·매춘부)’로 불리는 이 여인은 고운 살결과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이센군이 점령한 루앙에서 10명의 승객을 태운 마차 한 대가 출발한다. 도중에 적군 장교에게 불 드 쉬프가 몸을 허락한 후에야 일행의 출발이 가능해진다. “창피해서 우는 거야.” 그녀의 눈물을 본 여자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진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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