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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국제부 차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공산당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지난달 말 미국 닉슨 도서관 앞에서 외교관이라는 굴레를 벗고 작심한 듯 직접적이고 도발적인 단어로 중국에 경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인 독재자’로, 중국 공산당을 ‘먹이를 주는 주인의 손을 문 개’로 깎아내렸다. 그는 또한 중국 개방을 이끈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40여 년 전 어록까지 인용해 중국을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에 비유했다. 이번 연설을 통해 미국의 지난 50년간의 대중 포용정책이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전략 보고서’의 후속으로 중국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밝힌 최종 완결판이다. 이번 폼페이오 선언으로 미·중 패권 다툼은 무역·군사·외교·안보 등으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11월 3일)를 9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 이상 뒤처지면서 그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패권 다툼으로 여론의 눈길을 돌리려 한다. 하지만 만약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대중국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앞으로 중국과 일으킬 충돌 국면을 3가지 시나리오별로 예측해 봤다.

첫째,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이다. 미국은 최근 남중국해와 중국 해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연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정찰기가 남중국해로 출격하면서 중국 군용기가 바로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여기에 대만 전투기까지 맞대응하며 출격해 남중국해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다. 이는 미국이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충동적인 대응을 유도함으로써 대대적인 군사행동을 펼치겠다는 노림수다.

둘째, 사실상 파기된 미·중 무역 합의 후 두 나라 간 첨단 기술 패권 다툼의 가속화다. 최근의 미국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는 외교상의 극단적 대치 국면을 통해 중국의 불법적인 기술 탈취와 지적 재산권 침해를 미국이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첨단 기술은 대부분 민군 겸용이 가능해 기술을 선점하는 나라가 앞으로 패권을 장악할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산업도 국가 안보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인권 문제를 시작으로 한 중국 ‘쪼개기’다. 미국은 홍콩,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 대만 등에서의 인권 보호와 독립을 지지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했다. 이에 미국은 인권 유린 등의 이유로 중국 관료를 고발하는 등 대응 조치를 계속 내놓고 있다. 결국, 미국과 냉전을 펼쳤던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이 공중 분해돼 러시아공화국이 됐듯이 신냉전을 이끄는 중국의 가장 약한 ‘아킬레스건’은 대륙의 대규모 민중 봉기다. 지금은 미·중 양국이 글로벌 리더십 책임을 저버린 ‘마이너스 G2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당면한 안보 형세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위기에 놓여 있다. 미·중 군사 충돌이 현실화하면 현재 우리의 전략적 위치 매김은 더는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에 대한 ‘백서’를 하루빨리 마련하고, 중장기 국가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해야 한다.